겨울왕국은 디즈니의 대형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권)입니다. 겨울왕국은 2013년 개봉하여 예상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두었고, 많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또한 디즈니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부활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저는 겨울왕국이 디즈니에서 20년에 한 번 정도 나오는 프랜차이즈 라고 생각합니다. 마블과 스타워즈를 제외하면 라이온 킹 정도가 겨울왕국과 비견되는 IP인 것 같습니다. 사실 라이온 킹이 나오던 시기에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대형 히트 IP들이 쏟아져나왔고 그 전의 디즈니는 수십 년간 부진을 겪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겨울왕국은 2010년대 디즈니의 라이온킹 같은 존재입니다.
시리즈로서 겨울왕국 2는 대부 시리즈 같은 느낌입니다. 기대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두고 2편에서 그 성공과 영향력이 더욱 확장되지만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느낌입니다. 3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3편이 나온다면 너무 큰 기대와 기대를 한참 못 미치는 내용으로 실망이 터져나올 것 같습니다.
겨울왕국 2는 전편의 센세이션은 없습니다. 노래도 이전 편만큼은 와닿지 않고요. 스토리도 어떻게 보면 뻔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디즈니가 대작을 잘 만들면 어느정도를 할 수 있는지가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전성기에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보여주고, 디즈니의 역량과 강점이 무엇인지도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겨울왕국 2를 보면 마케팅에 대해서도 생각할 점들이 많습니다.
1. 어떤 일이 일어난 이유는 생각보다 알기 힘들다.
겨울왕국 2에서 주인공들은 엘사의 마법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찾아내고 알아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리고 아렌델 왕가에서 3대에 걸쳐 무슨 일이 알어났는지 알게 되면서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실마리를 푸는 과정이 계획적이고 논리적이지도 않습니다. 디즈니 만화영화니까 어쨌든 문제를 해결한 것이지, 현실이라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마케팅이나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성공이나 실패, 결과가 왜 일어났는지는 생각보다 정확히 알기 힘듭니다. 의사결정이 힘들고 복잡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케터로서, 경영자로서 우리는 이렇게 알기 힘든 것들에 대해서도 무언가 분석하고 판단하여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판단을 하되 그 판단을 너무 과신하면 안 됩니다.
2. 안 좋은 상황은 기약없이 오래 갈지도 모른다.
마법의 숲에 갇힌 노툴드라와 아렌델 사람들은 수십년 간 과거에만 머문 채 햇빛도 못 보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갑니다.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상황에 맞게 살면서 청년은 노인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시기에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고 살게 되는지 정하지 못합니다. 마케팅이나 경영도 오랫동안 항상 우호적인 상황이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살아남은 회사의 대부분은 잠깐의 크고 작은 성공과 오랫동안의 지루한 상황이 반복됩니다. 희망은 장기적으로 오래 가지면 좋지만, 희망에 대해서 조급함을 가지면 낙담도 크고 살아남기 힘듭니다.
3. 결과를 얻으려면 그만큼의 리스크를 져야 한다.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이것을 일관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는 안나 입니다. 그리고 2에서는 엘사도 전편보다 이런 모습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겨울왕국 2에서는 주인공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잃게 될지도 모르는 것들이 함께 나옵니다.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미지의 영역에 가다가 내 존재가 소멸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무언가를 부수기 위해 괴물을 자극하면 내가 부서질지도 모릅니다.
겨울왕국 2의 주인공들의 대사와 행동은 이들이 리스크와 보상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케팅활동이나 경영상의 행동에서 우리는 위험은 줄이고 성과는 높이려는 노력을 많이 하게 됩니다. 가장 좋은 상황은 위험은 적고 보상이 크며 이것의 규모까지 큰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가 다 갖춰진 상황은 세상에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사기”입니다.
마케팅에서 뭔가 특별하고 큰 성과를 위한 방법은 둘 중 하나입니다. 남들이 정말 안 하는 것을 하는데 잘 됐을 때 성과가 엄청나게 크거나,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그 영역이 다른 영역보다는 작아서 꾸준히 큰 성과가 나는 것입니다. 프로세스를 제대로 지키는 콘텐츠 마케팅도 이런 영역이지만, 규모의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그 프로젝트에서 기대할만한 결과와 리스크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합니다.
4.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은 없다.
주인공들은 각자 다른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진 엘사에 비하면 나머지 주인공들의 능력은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요. 하지만 신적인 능력을 가진 엘사도 처참한 실패와 좌절을 계속 맛봅니다.
개인의 역량만으로 잘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이나 사업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어느정도 크게 성장하려면 개인의 능력 이상으로 조직의 힘이 중요합니다. 조직이 크면 어찌되었건 무언가는 되겠지만 효율이 떨어지기 쉽고, 조직이 작으면 개개인의 역량과 이 역량을 조합하여 어떻게 일을 조직하고 실행할지가 중요합니다.
겨울왕국의 주인공들은 알아서 필요한 일들을 잘 하고 이것들이 모두 결과적으로 성공했습니다. 현실에서는 커뮤니케이션과 조직문화 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세상도 구했겠지요.
5.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 맡은 일과 최선을 우선 알아야 한다.
겨울왕국 시리즈의 스토리에서 트롤의 잠언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메리다의 마법의 숲에서 마녀의 말대로 영화가 전개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겨울왕국에서는 트롤이 얼어붙은 심장을 녹여줄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고, 2에서는 주어진 상황에서 할 일을 해내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주인공들은 스스로 알게 모르게 주어진 일을 찾고 최선을 다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합니다.
현실에서 일을 할 때는 나에게 주어진 일이 무엇인지, 이 일이 위치한 맥락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무엇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최선의 노력이 어떤 것인지 알기는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동시간으로 최선이나 노력을 측정하지만 항상 맞는 측정방식은 아닙니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해결할 때 장기적인 결과는 더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어렵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6. 지금 나의 상황에 안 좋은 것이라고 악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어떤 상황이 좋든 안 좋든, 그것은 외적 요인과 내적요인, 행동에 대한 운과 실력의 복합적 작용입니다. 인간은 안 좋은 상황을 만든 원인은 외부와 운에서 찾고 좋은 상황이 생긴 원인은 내부와 실력에서 찾고 싶어합니다.
그러다보면 외부적인 요소나 주체를 악한 존재로 규정하기 쉽습니다. 숲에 갇힌 아렌델과 노툴드라 사람들이 서로를 탓하며 싸우는 상황처럼요. 하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아렌델과 노툴드라 사람들 둘 다 잘못이 없습니다.
사건의 원인제공자인 엘사의 할아버지는 어떨까요? 그가 마법을 믿지 못하는 것에는 또다른 타당한 상황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외부적인 요인은 어차피 바꾸지 못합니다. 따라서 더 나은 것을 원할 때는 결국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남 탓을 하는 것은 시간낭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