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마케팅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의 개요를 소개합니다. 마케팅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데이터의 양과 활용도가 증가하였지만, 그래서 데이터가 무엇인지,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큰 맥락 속에서 이해하여 사용하기는 어렸습니다. 마케팅의 프로세스 속에서 데이터의 정의와 활용법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 마케팅 프로세스와 조직 내에서의 실행능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 아래, 밸러스트는 데이터를 어떻게 정의하고 활용하는지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데이터라는 성배
성배는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고 십자가에 못박힐 때 예수의 피를 받는 데 썼다는 잔입니다. 보통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는데 모두가 찾고 있는 것, 혹은 찾기 어려운 보물을 성배 라고 부릅니다. 성배 라는 테마는 기독교적 맥락이 아니더라도 동서고금 수천년 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들의 핵심요소입니다. 아서왕의 엑스칼리버, 오즈의 마법사의 오즈, 반지의 제왕의 반지 같은 것도 모두 핵심 테마가 성배 입니다.
저는 이런 성배 테마 중 오즈의 마법사를 좋하합니다. 그런데 마케팅 에이전시로서 고객들을 만나다보면 데이터, 데이터를 통한 마케팅 얘기는 항상 중요한 화두입니다. 그리고 이 중 열에 아홉에게서는 데이터에 대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오즈를 찾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용기를 얻고 싶은 사자가 오즈를 만나면 용기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케팅 성과와 데이터를 생각하는 느낌입니다. 오즈의 마법사 등장인물들은 오즈를 만나서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오즈의 존재는 사기에 가까웠고, 원하는 것은 이미 갖고 있었다는 놀라운 발견을 했죠.
우리가 데이터를 다루는 태도나 모습도 비슷합니다. 데이터를 통해 뭔가를 해야 하고, 데이터 중심으로 일해야 성과가 좋다는 것은 모두 압니다. 그런데 원하고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어디서 얻어야 하는지, 얻은 데이터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막막한 감정이 앞서고 계속 “데이터” 만 외칩니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흔한 예는 웹사이트나 앱의 사용데이터를 분석하는 구글 애널리틱스(GA)입니다. 데이터 사용의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 작은 조직의 대부분은 어느 시점엔가 구글 애널리틱스를 설치했는데, 설치한 담당자나 팀 외에 조직에서는 이를 통해 수집한 자료에 관심이 적습니다. 설치한 담당자와 팀도 설치까지는 했는데 활용이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 데이터 수집과 처리에 관해 기술적인 역량이 좋은 조직도 데이터 활용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애널리틱스/ 태그 매니저를 통해 코딩도 하고 다양한 툴과 연동도 하고 특이한 데이터도 모아 가공합니다. 간단히 말해 그로스 해킹을 합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이런 그로스해킹이 계속 성공해서 마케팅 성과를 좌지우지하기는 힘듭니다.
데이터라는 성배, 있는지 없는지도 못한 존재를 내 앞의 물잔, 찻잔, 술잔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질수록 우리의 혼란과 갈증은 줄어들 것입니다.
데이터 라 말의 유용함을 높이기 위해서는,마케팅 프로세스에서 데이터를 사용하는 맥락을 정해야 합니다. 데이터는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데이터로 나뉩니다.
- 과거: 지형파악과 전략선택
- 현재: 현재상황 이해
- 미래: 다음 행동을 위한 관점 제공
데이터 활용 1: 지형파악과 전략선택
전략 이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어의 “장군strategos” 이라는 말이 18세기 불어에서 “장군의 일 stratégie”로 쓰이면서 생긴 말입니다. 고대 전쟁에서 장군이 하는 일은 지형지물. 아군과 적군의 상태, 강점과 약점, 이에 바탕하여 군대가 무엇을 할지 알아내고 이해하여 명령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경영이나 마케팅을 전쟁으로 비유하는 것이 항상 통하지는 않지만, 어떤 활동을 하기 전에 지형지물을 파악한다는 행동과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난 누구고 여긴 어딘지”를 아는 것이 먼저일테니까요.
마케팅에서 지형 파악은 시장(과 마케팅 시장)의 크기, 경쟁자의 마케팅 상황 이해 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이 둘은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시장과 마케팅 시장
야심찬 사업계획서들에 글로벌 시장이나 전체시장 규모는 많이 나오지만, 같은 시장을 보고 있는 경쟁자들이 얼만큼인지, 소위 “경쟁이 얼마나 빡센지”에 대해서는 잘 알기가 힘듭니다. 마찬기지로 “뷰티사업 시장이 커지고 제품 만들기는 쉬워지니까 화장품을 만들어 팔면 잘 되겠다”라는 생각 이런 기회를 노리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수와 기존 시장 참여자들이 갖고 있는 사업자산을 다 고려해야 좀 더 근거가 생기고 믿을만해집니다.
시장 이해에 필요한 정보
- 총 시장 규모 Total Addressable Market
- 경쟁자의 수
- 시장 점유율 구성
시장에 대한 이해와 함께 또 필요한 것은 해당 시장의 마케팅 시장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에 따라 마케팅의 중요도와 우선순위가 달라집니다. 패션이나 뷰티처럼 제품이나 서비스의 실제 효능이나 가치가 비슷비슷하고 만들기 쉬우면 마케팅이 중요하고, 특이한 기술이나 고유하고 특수한 판매채널을 통해 판매가 된다면 마케팅이 거의 필요없습니다.
마케팅 시장 이해에 필요한 정보
- 해당 분야에서 마케팅 시장의 규모
시장 정보를 얻기 위한 tip
주요 시장 참여회사가 상장사 라면, 회사의 재무정보와 시장 정보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의 사업보고서, 외국 회사라면 Annual Report 에서 관련된 정보를 가능한 만큼 찾아보면 어림짐작으로 시장의 규모, 주요 참여자가 차지하는 비중, 그런 사업을 하려면 매출 중 얼만큼을 마케팅에 써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완벽한 정보를 얻으려 하지 말고, 몇몇 회사의 내용을 간단하게 파악하고 비교해보면 데이터 수집의 효율이 좋습니다. (주: 보통 국내 회사에서 주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부실하고 시장이나 회사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도 자세하지 않지만, 그래도 활용가치는 있습니다.)
경쟁자의 마케팅 상황을 통한 마케팅 기준치 이해)
경쟁자의 마케팅 상황은 많은 회사의 내용을 자세히 알수록 좋습니다. 그러면 어떤 마케팅 활동을 할 때 어느정도를 예상할 수 있는지 기준점을 갖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경쟁사에 첩자라도 심어놓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첩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채널에서 경쟁사의 활동을 추적해보면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경쟁사는 언뜻 떠오르거나 명확한 1-2 곳이 아니고, 시장 전체의 경쟁사(혹은 시장 내 세부 분야 내에서의 경쟁사 전체)입니다. 한 곳이어도 표면적인 활동을 추적하여 상황을 아는 것이 어려운데, 수십, 수백, 수천 개 회사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누구도 못합니다.
여기서 잠깐, 다시한번 이런 데이터가 왜 필요한지를 생각해봅니다. 지형 파악입니다. 어디에 산이 있고 어디에 강이 있고 어디에 나무가 많은지 알면되는 일이지, 산에 어떤 나무가 몇 그루 있는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경쟁사의 마케팅이나 사업 상황을 전체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기준치를 이해하면 됩니다.
기준치의 예
저에게 누군가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고 ‘얼마나 잘 될 것 같냐’라고 물어본다면 확실한 답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정보가 없다면, 1년 내에 접을 확률 35%, 5년 내에 접을 확률이 70%입니다.
[통계청 자료]
물론 망할 생각으로 창업하는 회사는 없겠지만, ‘나는 다르고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은 잘 안되고, 남은 30% 중에서도 성공적 이라고 할만큼 될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기준이 되는 상장 기업 4곳 중 한 곳은 버는 돈이 이자보다도 적습니다.
이런 기준치를 정확히 이해하면 경영이나 마케팅 활동의 결과에 대해 좀 더 나은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마케팅에서 기준치
마케팅에서도 이런 기준치를 갖고 프로젝트와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면 좋습니다. 검색엔진 최적화를 할 경우, 특정 키워드에 대해 전체 검색결과는 몇건인지, 그 중 의미 있는 검색결과는 몇 페이지까지 나오는지 확인하면 해당 키워드에 대한 경쟁의 지형이 나타납니다.
또한 검색엔진에서의 랭킹에 따라 사이트 유입이 어느정도 될지도 쉽게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키워드 광고를 집행하면 일반적인 클릭당 노출당 가격이 얼마인지, 클릭률이 얼마인지 등의 자료는 많이 공개되어 있습니다.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특정한 마케팅 활동에서 어느정도의 자원과 노력을 들여 어느정도의 성과를 기대하면 될지 대략 알 수 있습니다.
데이터 활용 2: 현재상황 정보수집과 이해
사업이나 마케팅에서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경험을 통해 여러 사례에 대한 데이터가 생기고 이 데이터를 통해 현재 상황이나 새로운 상황을 빨리 이해하고 이에 따라 해야 할 다음 일을 정해서 행동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단시간에 그렇게 성장한 이유도 데이터를 모으고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이든 마케팅이든 어떤 활동을 하는 자체로 여러가지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현상을 모아보면 행동과 성과의 상관관계나 인과관계가 드러납니다.
데이터를 장악하게 되는 상황에 있지 않은 이상 마케팅 활동을 통해서 생기는 모든 데이터를 아주 세세하게 알기는 힘듭니다. 또한 중요한 것을 잘 찾아 집중해서 파악하기도 힝듭니다. 둘을 함께 잘하는 것은 더 힘듭니다. 하지만 마케팅의 성과는 이렇게 힘든 일들을 하면서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하는 프로세스와 활동을 누적할 때 나타납니다.
마케팅을 하면서 쌓이는 데이터의 큰그림과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이유는 정량 데이터와 정성 데이터를 균형있게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어렵지만 노력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마케팅에서 정량 데이터와 정성적인 데이터를 함께 알고 있으면 어떤 현상의 원인이나 해결책이 더 분명해집니다. 사이트의 이탈률이 높아서 낮추고 싶다면 조직 내에서만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보다 이용자와 구조화된 심층 인터뷰를 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합니다.
마케팅 활동을 통해서 얻게 되는 정량, 정성 데이터의 몇가지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량 데이터
- 매출
- 사이트/매장 이용에 관한 데이터
- 이용자수, 체류시간, 이탈률, 유입채널, 페이지 흐름, 전환률, 방문당 가치 등
- 마케팅 활동 데이터
- 광고: 클릭률, 광고 가격, 광고의 매출 기여도
- 비광고 활동을 통한 노출과 유입,
정성 데이터
- 소비자 인터뷰
- 소비자 리뷰
- 관계기업, 관계자의 평가
다음 행동을 위한 관점 제공
10년 전에 저에게 일종의 초능력이 주어진 상태에서 대규모 영상광고 캠페인을 만들라고 하면 아마 작고한 데이비드 오길비 선생님을 젊은 상태로 살려내서 맡겼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길비를 살려낼 생각을 안할 것 같습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확인하면서 잠재고객의 반응과 행동을 이끌어낼 확률이 높은 방법을 찾기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광고나 마케팅 소재를 작성하고 결정하는 일은 항상 어렵습니다. 보통은 조직 내 결정권이 강한 사람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좋은 결정인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성과가 좋았건 안 좋았건, 채택되지 않은 안의 성과가 더 좋았을지 안 좋았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쉽게 말하면 A/B 테스트인데, 이제는 A/B 테스트를 통해 시도할 수 있는 것의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과거의 A/B 테스트는 예를 들면 웹사이트에서 어떤 이미지가 더 좋은지, 소셜미디어에서 광고를 대규모로 집행하기 전에 더 나은 소재를 선택하는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이런 개념을 확장하여 소셜미디어나 검색 등의 플랫폼에서 주요 마케팅 채널 활동을 시험해볼 수 있습니다. 고예산 영상을 기획하기 전에 저예산 버전 여러 개를 소셜미디어에서 테스트하거나, 검색량이 늘어나는 키워드의 트래픽을 끌어오는 활동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마케팅 데이터 : 큰 그림을 이해하고 채워넣기.
앞서 말한 다양한 마케팅 데이터 활용 방식은 모두 대수의 법칙을 이해하고, 가설들을 검증하기 위한 조각들을 모아서 확인하고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케팅을 하다보면 너무 많은 데이터 속에서 길을 잃거나, 데이터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자세히 들여다봐야할지 몰라 좌고우면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나름의 상황에 맞게 데이터의 종류를 나누고, 맥락을 이해하면 데이터를 모으고 파악하기 쉬워집니다. 이렇게 데이터의 패턴을 이해하면 다음에 뭘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할지에 대한 생각이 더 뚜렷해지고, 그 활동에 결과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이것의 반복이 마케팅 프로세스 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