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공감, 경쟁

디지털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마케팅 채널이 늘어나면서,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영역도 달라집니다. 특히 데이터, 다양한 툴, 정교하고 복잡한 실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중요성도 강조됩니다.

하지만 위의 모든 것은 마케팅의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실행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입니다.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알리고 설득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 입니다.

공감. 다소 추상적인 말입니다. 실제로 남과 공감하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한국 같이 분노 사회이면서 갑을 사회 에서는 더 낯설고 어려운 말 같습니다.

21세기 초반의 한국사회

분노와 갑을관계는 서울에서 길을 가거나, 운전을 하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사 마시는 등 익명의 다수와 마주칠 때 가장 강하게 느끼는 정서입니다. 내 앞길을 막는 모든 상황, 고객으로서 상점의 직원이 하는 작은 실수나 착오, 혹은 나와 관계 없지만 욕하기 좋은 대상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쉽고 강하게 분노를 표출하고 관계의 우위를 극대화하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경제와 사회가 너무 빠르게 성장하다가 갑자기 성장이 멈춰버리고, 그러면서 모든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서 인 것 같습니다. 옛날에 치열하게 살 때는 치열한만큼의 변화와 보상이 눈에 보였지만 이제는 모두가 치열하면서 노력과 고생의 대가는 작게 느껴지는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마케팅 경쟁과 공감

사회 전체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마케팅도 이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매체에 광고나 콘텐츠를 올리는 진입장벽, 제작의 비용이 낮아지고, 몇몇 마케팅 플랫폼이 자리를 잡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쉬워졌지만, 모두에게 쉬워지면서 누구도 잘 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마케팅은 원래 경쟁을 전제로 생기는 활동입니다. 경쟁이 없다면 마케팅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도 전기나 수도를 어디 것을 쓸지 찾아보거나 알아보지 않습니다.

경쟁에 대한 일화 : 밸러스트는 최근 국내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일환으로 중동 지역에서 소셜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컨슈머 제품도 아니고 광고에 가까운 콘텐츠 포스팅에도 국내 탑스타나 가장 화제가 되는 정치인의 소셜미디어 포스팅보다 인게이지먼트가 더 높습니다. 경쟁상황이라는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사실 공감은 경쟁적인 마케팅 환경에서 돋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공감을 잘 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공감 자체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여전히 경쟁의 벽은 높습니다.

공감이 어려운 이유는, 공감을 위해서는 자신을 어느정도 버리고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우리에게 이런 여유나 틈을 쉽게 허락해주지 않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생존도 힘들어보이는데 내려놓으라니요.

공감은 무엇인가

아무튼 이렇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감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꾸 생각하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영상은 브르네 브라운 이 공감에 대해 설명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우리말 번역은 영상 아래 텍스트로 해보았습니다.

브르네 브라운은 공감과 대비하여 동감(sympathy)이라는 말을 예로 듭니다. Sympathy도 경우에 따라 공감 이 될 수 있지만, 타인의 감정 상태를 ‘알기만 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듯합니다.

그러면 공감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연민과 공감은 왜 완전히 다른 것일까요?

공감은 연결의 원천입니다. 동감(sympathy)은 단절을 일으킵니다.

공감은 매우 재밌습니다.

테레사 와이즈먼은 공감과 관련 있는 다양한 직업을 연구하였습니다. 그리고 공감의 네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하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남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평가하는 행위를 즐기기 때문에 입장 바꿔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세 번째 특징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지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그것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입니다.

공감은 사람들과 함께 느끼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공감이란 것이 어떤 성스러운 공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고 해볼까요? 그리고 저 아래에서 “나 여기 빠졌어” 하고 외칩니다. 너무 깜깜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 때 우리는 보고 얘기합니다. “내려갈게. 그렇게 빠졌을 때 어떤지 나도 알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동감(연민)은 “쯧쯧. 안됐네. 저런..샌드위치 먹을래?” 같은 것입니다.

공감은 선택입니다. 방어막을 풀어야 하는 선택입니다. 남과 연결을 하려면 나도 내가 그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을 꺼내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공감에 바탕한 반응은 “그래도”라는 말이 거의 없습니다. 저도, 네. 우리는 항상 그래도 라는 말을 많이 하죠. 왜 그런 줄 아세요? 누가 정말 힘든 일에 대해서 얘기하면, 우리는 부정적인 면을 감싸려고 합니다. 우리는 사탕 같은 코팅을 입히려고 합니다. 나 유산했어. 그래도 불임은 아니네. 결혼생활이 너무 힘들어. 그래도 결혼은 했잖아. 존이 학교에서 쫓겨날 것 같아. 그래도 사라는 전교 1등이잖아.

상대방이 정말 어렵게 꺼낸 말에 대고 우리는 상황을 포장하려고 합니다.

반대로 내가 어려운 얘기를 꺼내면, 상대방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 “뭐라고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네.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 같은 얘기일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이 더 나은 이유는, 어떤 대답이라도 상황을 낫게 만들어주기 힘들기 때문이죠. 상황을 낫게 만들어주는 것은 연결입니다.

그래서? 마케팅에서 공감은 무엇인가

영상은 재밌지만, 공감에 대해 알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저는 마케팅의 여러 테크니컬한 영역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지만, 마케터의 가장 큰 능력은 공감능력 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 능력은 달리 말해 고객과의 연결 입니다.정말 고객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부분에서 좌절을 느끼는지/기쁨을 느끼는지, 나의 서비스나 제품이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를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고객과 연결하려면 마케터로서 고객에게 제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마케터 자신도 믿어야 합니다. 매일 출근을 하는 이유, 더 잘 팔기 위해 혹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고민하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돈을 더 많이 벌기도 하고, 승진을 하거나, 회사가 잘 돼서 남들의 존경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스스로에게 더 의미 있는 연결을 찾아낼 때 마케터의 공감능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감능력이 다시 경쟁의 가장 큰 무기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참 모순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으로서는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것도 삶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 그 때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해 이해하고 미래로 넘기며 관찰하는 것. 하루하루를 사는 이유이자 밸러스트라는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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