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혼란한 시대의 마케팅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만나다보면, 우리는 같은 시간에 있지만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을 많이 느낍니다. 지난 20년 간 마케팅 환경은 급격히 변했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영향을 받고 대응하는 정도와 방식은 모두 다르기 마련입니다. 기업이나 조직의 상황, 처한 환경, 의사결정 내용에 따라 새로 나오는 마케팅 용어, 채널, 실행방식을 구성원들이 이해하는 정도는 천차만별입니다.
여기서 한 번 더 상황이 어려워집니다. 기업에서 마케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구성원들이 어떤 것을 실제 이해하는 정도와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간극이 생깁니다. 콘텐츠 마케팅 에 대해 잠재고객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같은 것에 대해 모두가 이렇게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번 놀랍니다.
이 글의 내용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지난 10여년 간의 마케팅 환경 변화를 생각해보고,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더 나은 마케팅을 하기 위한 하나의 틀을 이야기합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틀은 마케팅의 세 가지 차원입니다. 세 가지 차원은
- 광고 홍보
-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 이벤트
입니다. 이 세 가지 차원이 모였을 때 입체적으로 현재 마케팅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현재 상황을 더 잘 이해해야 더 나은 마케팅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알기 쉬워집니다. 이번 편에서는 이 세가지 차원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최근의 마케팅 환경의 변화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마케팅 환경의 변화
과거 : 인터넷 이전의 마케팅
인터넷 이전의 마케팅은 단일했습니다(단일하다고 쉽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터넷 이전의 마케팅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컨셉-광고 캠페인- 홍보(4대매체) 의 반복입니다. 지금도 이 형태는 마케팅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지금도 TV CF 나 지면광고는 이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예전에는 이것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일부가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마케팅은 과거의 전부에서 지금은 일부가 되었지만 여전히 규모가 큽니다. 국내 주요 방송사나 신문사의 매출은 디지털이 급성장 속에서도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런 매체의 콘텐츠는 디지털에서 공유되고 확산되며 파급력을 지닙니다. 다만 예전에는 전부였던 것이 일부가 되어버렸고, 예산 대비 효과도 적고 효율도 나쁜 매체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측정을 통한 개선도 어렵습니다.
최근 :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디지털 마케팅
이후 디지털이 등장하고, 디지털 마케팅이 급속히 성장합니다. 디지털 마케팅이 어느정도 성장했는지 알려면 구글과 페이스북의 시가총액 증가를 보면 됩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을 과점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마케팅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대표적인 마케팅의 모델은 노출과 클릭 기반의 광고와 측정입니다. 디지털의 초중반기에는 검색엔진이나 소셜미디어에 광고를 띄우거나 노출이 되는 광고상품을 집행하기만 해도 성과가 괜찮았습니다. 게다가 이전에는 오래 걸리거나 정확히 측정되지 않는데 궁금한 수치(노출 수, 클릭 수, 다음 페이지를 클릭한 비율 등)들이 바로 바로 집계되기 때문에 더욱 각광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광고플랫폼이 성장, 성숙하면서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 일찍 진입하면서 생기는 이점들은 다 없어집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나 검색 플랫폼에 돈을 들여 광고를 하는 비용은 갈수록 올라갑니다. 그리고 광고비를 써서 노출을 한들 광고비를 더 많이 쓰는 경쟁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검색이나 소셜미디어 플랫폼 노출을 통해 만나는 고객들은 전환율이 낮고 이탈률이 높습니다. 쉽게 말해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도 않고 물건을 잘 사주지도 않습니다.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은 이런 디지털 마케팅 환경에서 변별력을 갖는 방식으로 등장합니다. 콘텐츠 마케팅의 기본 개념은 단순합니다. 콘텐츠 마케팅의 핵심 메시지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좋은 마케팅 방식이다’ 입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2010년 이후 영미권을 중심으로 주류가 됩니다. 콘텐츠 마케팅이 주류가 되면서 이 방식들은 체계화되고 보편화됩니다.
하지만 외형이 성장하고 업무 프로세스의 껍데기가 복제, 양산되면서 콘텐츠 마케팅 일종의 품질 저하를 겪게 됩니다. 많은 기업, 대행사, 전문가들이 ‘적당히 대행사나 프리랜서에 돈을 주고 싸게 많이 콘텐츠를 만들어서 유행하는 플랫폼에 뿌리는’ 것이 콘텐츠 마케팅 인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이런 결과는 어찌보면 너무 당연합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좋은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찾는 일도, 만드는 일도, 그리고 다변화된 매체와 채널 환경에서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아서 뿌리는 일도 모두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국내의 콘텐츠 마케팅
국내는 콘텐츠 마케팅이 영미권과 같이 주류가 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영미권에서 체계로 자리잡은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을 기획하고 실행한 사례 자체가 제가 아는 선에서는 적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이미 퇴색된 형태조차도 제대로 실행하기 힘든 여러 상황들이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마케팅 과정에서 훌륭한 콘텐츠 마케팅을 실행하는 사례는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딱히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콘텐츠 마케팅이 아닌 것을 콘텐츠 마케팅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실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문제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국내에서, 그리고 외국에서도 주요하게 자리잡은 영역은 퍼포먼스 마케팅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혹은 그로스 해킹은 매우 중요하지만, 본말이 전도되기 쉬운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나 그로스 해킹은 데이터 수집-측정-데이터를 통한 인사이트를 마케팅에 반영하는 작업의 반복입니다. 그리고 이런 측정과 최적화 과정은 마케팅의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이렇게 마케팅의 기본 프로세스로서의 퍼포먼스 마케팅이나 그로스 해킹은 어쩌다보니 마케팅의 해결척이자 특급 솔루션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기초가 부족한 마케팅이나 근원적인 한계가 있는 광고 중심 마케팅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잘 했을 때, 반짝하는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마케팅의 효율이 좋아질 수는 있으나, 99%의 상황에서는 효율 이전에 효과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국내에 통용되는 형태의 퍼포먼스 마케팅과 그로스해킹은 광고를 비교적 큰 규모로 집행하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광고 예산 절감과 집행 효율화를 위해 필요합니다. 그 외의 상황에서는 다른 더 중요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의 디지털 마케팅 요약
최근의 마케팅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격변 속에서 모두가 적응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어지러워하는 모습입니다. 공식이나 정답이 없고, 운에 관계없이 꾸준히 잘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답이나 공식이 있다고 자신있게 주장하는 목소리가 주목을 받고 잠시의 유행을 만들어냅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인플루언서 마케팅 같은 것들이 그 예 입니다. 콘텐츠 마케팅도 외국에서는 보편화되면서 퇴색되고 유행처럼 자리잡았던 것입니다.
미래: 2020 이후
반복이지만, 지난 20년의 마케팅 환경을 요약하면 디지털의 보편화와 이에따른 매체환경 변화와 격변 입니다. 이 격변이 끝나가는 끝자락에서 살아남은 것은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미래의 마케팅이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격변하는 상황에 잘 대응하는 마케팅을 하려면, 마케팅을 좀 더 입체적이고 맥락에 맞게 바라고보고 전개해야 합니다.
2부 에서는 마케팅의 세 가지 차원과 이 세 가지 차원을 관통하는 원리, 이 원리의 적용 에 대해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