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지표: 무의미 지표, 액셔너블 지표, KPI (part 1. 무의미 지표)

지표, 지표, 지표. (퍼포먼스…)

마케터에게 지표는 매우 중요합니다. 지표가 없이는 아무 것도 못 합니다. 마케팅 활동의 성과에 대한 평가, 평가에 따른 목표 설정 모두 지표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는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마케터들은 생각보다 훨씬 지표를 많이 활용합니다. 조직이 크건 작건, 무슨 마케팅을 하건 마찬가지입니다. 강남역 앞에서 전단지를 돌릴 때도 정해진 기간 동안 몇 장이 나갔는지, 전단지를 돌리기 전과 후에 매출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래야 다음에는 전단지를 어떻게 만들고 배포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핸드메이드 제품이나 의류를 판매해도 방문자 수, 댓글 수, 구매 수를 수시로 확인하고 이 숫자들에 반응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큰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표가 조금 복잡하거나 정교할지 모르지만, 모든 업무는 지표를 근간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기업에 대해 알리고 싶은 메시지를 어느정도 노출했는지, 이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 이를 위해 얼마를 썼고, 이를 통해 얼마를 벌었는지, 모든 조직 구성원이 지표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런데 밸러스트아이앤씨에서 잠재고객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표가 이렇게 중요한 것에 비해, 정말 지표를 잘 설정하고 활용하는 조직은 드뭅니다. 마케팅 지표를 제대로 이해하고 설정하여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직마다, 상황마다 다양합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마케팅 지표를 둘러싼 문제는 제 각각이겠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광고 마케팅 업계 관련자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가 무의미한 지표들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점입니다.

마케팅 조직은 마케팅과 사업에 도움이 되는 지표를 발굴하고 개선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무의미 지표에 매몰되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마케팅을 지배하는 무의미 지표의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다음 편에서는 무의미 지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액셔너블 지표에 대해 다루고, 액셔너블 지표를 갖고 KPI를 설정하는 밸러스트아이앤씨의 사례를 소개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다 무의미 지표에 빠졌을까

무의미 지표는 사업의 목표, 마케팅 목표와 관련이 (거의) 없는 지표입니다. 대표적인 무의미 지표는 조회수, 소셜 미디어에서의 좋아요, 팔로우 수 입니다. 달리 말해 매출 증대나 비용 절감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지표입니다. 무의미 지표는 또한 속이고 조작하기 쉽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무의미

무의미 지표를 조작하기 쉬운 이유는 두 가지 인 것 같습니다. 우선, 모두가 무의미 지표를 좋아합니다. 마케팅 콘텐츠의 조회수나 소셜 미디어 팔로워가 많다고 욕을 먹는 일은 없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이런 지표들이 실제 사업과 크게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업과는 관련이 적기 때문에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 조작을 하거나 늘려도 누가 크게 문제삼지 않습니다. 회사의 회계보고서에서 매출이나 이익 수치를 조작하면 큰 문제가 되는 것과 정 반대입니다.

실제 마케팅에는 도움이 안 되지만, 무의미 지표는 모두의 눈에 명확히 보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지표를 좋게 만드는 데 비용과 노력을 지불하게 됩니다. 또한 정말 마케팅에 필요한 KPI는 설정이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모두가 쉽게 확인하고 인정할 수 있는 무의미 지표가 중심으로 떠오릅니다. 이는 마치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의 펀드 운용과 비슷합니다. 남들과 함께 틀린 선택을 해서 성과가 안 나면 비난을 덜 받지만, 혼자 다른 선택을 해서 결과가 안 좋으면 큰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세계적으로 시장보다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 매니저의 비율이 매우 적은 이유 중 하나 입니다.

무의미 지표가 마케팅을 망치는 패턴

무의미 지표의 문제는 마케팅 경력, 예산, 조직을 막론하고 일어납니다.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나 대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의외로 무의미 지표에 더 휘둘리고 있는 듯합니다. 많은 기업들, 특히 마케팅 예산이 있는 기업들일수록, 무의미 지표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합니다. 한 가지 예로는 다 해본 팔로우 이벤트, 댓글 경품 이벤트가 있습니다. 이렇게 팔로워를 모으거나 댓글, 좋아요를 모아서 무엇을 할까요? ‘우리의 메시지를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보고 반응했다’ 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팀장님께, 이사님께, 대표님께 보여드립니다. 그리고 다음 보고에서 수치가 떨어지면 안 되니 이 활동을 계속 반복합니다.

경품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양상은 비슷합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디지털 마케팅 활동이 활발하고 잘 되고 있는 것 같은 마케팅 조직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무의미 지표를 위해 지나치게 예산을 많이 쓰면서 이 지표를 유지하기 위해 괴로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의미 지표의 사례와 비용

페이스북 좋아요

페이스북의 광고 상품 중에는 이용자들이 브랜드 페이지의 좋아요를 누르도록 해주는 상품도 있습니다. 좋아요 하나당 평균 수천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는 팔로우의 기능도 일부 있습니다. 따라서 브랜드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에게는 해당 페이지에 올라가는 포스트가 노출됩니다. 그러나 이 비율은 복권 당첨 확률만큼 낮습니다. 페이지의 상황에 따라 도달률은 다르지만, 1% 미만으로 보면 됩니다. 이 비율이 아무리 커도 10%를 넘지는 않습니다. 브랜드 페이지의 좋아요 숫자가 10만이라면, 포스팅을 올리고 광고비를 안 썼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도달은 1,000 입니다. 만약 좋아요 1개 당 1,000원의 비용을 지출한다면 페이스북 좋아요 10만명을 모으는 데 1억원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따로 광고비를 안 쓴다면, 구독자 개념으로 봤을 때 구독자 1명 당 10만원을 쓰는 셈 입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개별 페이지에 대한 인게이지먼트를 고려하면 1인당 10만원의 비용은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조회수: 브랜드에게는 무의미 지표,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중요한 지표

조회수나 구독자가 중요한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고 광고수익을 받는 크리에이터들의 경우, 조회수나 구독자 수는 수입과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같은 사업모델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크게 의미는 없습니다. 달러 셰이버 클럽 같이 유튜브 조회수를 통해 성장한 기업들도 물론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극히 드문 예입니다. 또한 이렇게 ‘바이럴’의 조회수를 통한 마케팅 효과의 지속성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의미 지표 카르텔

‘그렇지 않다’라는 반론도 인정하고 반대 사례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무의미한 지표를 사랑하고 여기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다는 증거들이 너무 많습니다.

  • 조금만 검색해보면 끝없이 나오는 팔로잉 늘리기 업체, 기타 각종 조작업체와 개인들, 스팸업체, 가짜 소셜 미디어 계정들에 관한 자료들.
  • 명백한 조작은 아니지만 경품 등으로 소셜미디어 활동을 사는 기업들과 복권만큼 낮은 경품 확률에도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렇게 무의미 지표가 우리의 마케팅을 지배하게 된 배경으로 저는 플랫폼과 대행사들의 암묵적 카르텔을 생각해봅니다.

  • 플랫폼들은 디지털 활동에 대해 다양한 지표를 제공합니다. 또한 어떤 지표는 공개되고 어떤 지표는 공개되지 않도록 설계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특정 지표를 높이기 위한 광고 상품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 지표들의 유용함에 대한 판단은 광고주들의 몫입니다. 그러나 광고주들은 지표의 유용함에 크게 관심 없이 소셜 미디어에서 권장하는 무의미 지표에 돈을 씁니다.
  • 그리고 이런 행태를 이용한 작업들을 해주고 매출을 올리는 대행사들.
  • 카르텔의 주연은 이런 무의미 지표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자신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플랫폼과 대행사들은 주연을 뒷받침해주는 조연입니다. 사람들이 무의미 지표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플랫폼과 대행사들이 이에 부응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이 카르텔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지표를 규명하고 설정하여 마케팅 활동의 근거로 이용해야 합니다(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P&G가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도 이 카르텔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의미 지표를 위한 변명

무의미 지표는 폐해가 많지만, 완전히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잠재고객 수가 적은 B2B 기업에게는 (특히 유기적인) 조회 1개, 좋아요 1개도 관심있는 잠재고객이 존재한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조회수, 좋아요, 팔로우가 많은 것이 적은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을 것입니다. 이런 지표 자체가 기업이나 브랜드의 인지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우리 모두가 이런 지표만을 보느라 진짜 중요한 지표는 신경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2편에서는 액셔너블 지표와 KPI, 밸러스트아이앤씨의 사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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