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2020 실적발표
2021년 2월 25일, 에어비앤비는 2020년 연간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은 에어비앤비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업종이자, 2020년 상장을 했고, 에어비앤비는 기존 숙박업과 사업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변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실적 발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But something remarkable happened. Even before we started resuming our marketing spend, our traffic levels came back to 95% of the traffic levels of 2019 without any marketing spend. And what this revealed is that our brand is inherently strong. It’s a noun and a verb in pop culture.
And so we don’t intend to ever again spend the amount of money as a percentage of revenue on marketing in the future as we did in 2019. In Q4, 90% of our — more than 90% of our traffic was direct or unpaid, and we think that will continue in the future. Our marketing plan, therefore, our strategy is the following: a full-funnel marketing approach. The top of the funnel is actually PR.
번역하면
하지만 정말 주목할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케팅 예산 집행을 다시 시작하기도 전에, 예산을 하나도 안 썼는데도 사이트 트래픽은 2019년의 95%까지 회복했습니다. 에어비앤비 브랜드가 탄탄하다는 뜻이었지요. 사람들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다시는 2019년처럼 매출의 일정 부분을 정해서 마케팅에 쓰지 않을 것입니다. 4분기 트래픽의 90% 이상은 직접 혹은 오가닉 트래픽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에어비앤비의 미래 마케팅 전략은 풀 퍼널 마케팅 입니다. 퍼널 최상단은 그냥 PR입니다.
정리하면
- 2019년 마케팅 예산이 역대 최대였다.
- 코로나로 반강제로 모든 마케팅을 중단했다.
- 마케팅 예산을 한 푼도 안 써도 전에 트래픽은 2019년의 95%까지 올라왔다.
- 트래픽의 90%는 오가닉/직접 트래픽이더라.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2020년대의 마케팅이란건 뭘까?
2020년대의 디지털 마케팅은 크게 보면 좋으나 싫으나 페이스북 아니면 구글입니다(링크). (국내에서 마케팅을 한다면 업종에 따라 네이버 및 온라인 상거래나 O2O 플랫폼, 혹은 기타 매체나 소셜 미디어가 더해질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실제 여러 회사의 마케팅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보면, 여기서 생기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은 숫자와 성과가 딱딱 찍히지만, 진짜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특히 마케팅 팀장, 임원, 혹은 마케팅 팀이 아닌 경영진은 이런 난점을 많이 호소합니다.
에어비앤비나 기타 사례로 “디지털 마케팅은 허구다”라고 하진 못합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나 조직에게 페이스북과 구글, 혹은 기타 주요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어쨌든 거기에 사람들이 있고, 마케팅에서 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전달하는 것이니까요. 거의 모두가 인터넷에 연결된 핸드폰이나 컴퓨터 등 기기를 갖고 있고, 하루에 수십 번, 몇 시간씩 검색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을 생각하면 달리 대안이 없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사례를 보며 이런 이상한 상황을 설명할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이자 리스크를 설명하는 모델인 CAPM(자산가격결정모형)에서 착안하여, 콘텐츠마케팅 자산 모델(Content Asset Pricing Model)이라고 이름을 지어봤습니다.
콘텐츠마케팅 자산모델
금융시장의 CAPM
CAPM은 금융시장에서 뉴튼의 법칙처럼 널리 쓰이는 모델입니다. 자산가격결정모형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본자산 가격결정 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 CAPM)은 자본시장의 균형하에서 위험이 존재하는 자산의 균형수익률을 도출해내는 모형이다. 마코비츠의 포트폴리오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샤프 등에 의해 무위험자산의 가정을 포함하여 발전되었다. 넓은 의미로는 자본시장선과 증권시장선을 포함하는 개념이나, 보통 CAPM이라 하면 증권시장선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1] (출처: 위키피디아)
이게 무슨 말일까요?
어떤 주식이 있다고 가정해봅니다. 이 주식을 사서 얼마를 벌 수 있을까? 가 궁금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벌 수 있다고 생각하려면, 그만큼 잃을 각오도 해야 합니다. 아니면 은행에 넣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산의 기대수익률은 자산의 위험(리스크)과 같은 말입니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그래서 얼마를 벌 수 있을지 예측이 가능할까요? 이에 대한 이론적인 답의 CAPM 입니다. 어떤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위험없는 자산(미국 국채 등), 해당 주식이 있는 시장의 리스크, 그리고 해당 주식 자체가 시장에 비해 갖는 베타(상대적 변동성)로 계산합니다. 즉 한국의 OO산업 주식을 사면, 무조건 수익이 나는 수익률(국채 수익률)에, 해당 주식이 한국시장대비 갖는 변동성 입니다. 예를 들어
- 국채 수익률: 2%, 한국주식의 리스크 5%, OO산업이 한국시장대비 변동성(베타) 1.5
- OO산업의 기대수익률: 2% + 1.5 * 5% = 9.5%
주의:
OO산업의 주식을 사면 9.5%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9.5%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CAPM모델은 사실 여러 문제가 있어서, 이것으로 개별 회사 주식의 기대 수익률을 계산하지는 않습니다. CAPM이 작동하려면 시장의 완전히 효율적이라는 가정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불가능한 이 일이 일어나도, 변동성을 측정하는 시장과 기간에 대한 기준이 임의적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베타를 못 구합니다. 게다가 과거 시장 대비 변동성 이라는 통계적인 개념으로 베타를 활용하여 미래 기대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다는 생각도 의문을 제기해볼만합니다.
CAPM은 지난 50년 간 여러 문제제기와 개선 시도에도 불구하고, 자산의 기대수익률을 설명하는 그나마 가장 나은 방법입니다. 마치 “튜닝의 끝은 순정” 같은 느낌, 혹은 현대 민주주의 정치 같은 느낌 입니다.
마케팅의 CAPM
에어비앤비의 사례를 보며, 마케팅에도 CAPM을 응용해보면 에어비앤비나 다른 여러가지 마케팅 활동과 효과에 대해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CAPM을 마케팅에 적용해보면 아래와 같을 것 같습니다.
마케팅 대입
- Rf(CAPM에서의 무위험수익률) = 사업 자체
- m(CAPM에서의 시장 리스크) = 평균적인 마케팅 성과
- b(CAPM에서의 베타) = 기업의 마케팅파워(콘텐츠 자산, 스토리텔링 역량 … … 퍼포먼스 마케팅)
그림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마케팅 CAPM에서 가장 큰 차이는 베타가 클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입니다. 주식시장에서 보통 베타가 높은 회사는 가격 변동성이 높은 회사이고, 그만큼 위험하기도 합니다. 시장이 오를 때는 주가가 많이 오르지만 시장이 내릴 때도 주가도 훨씬 많이 내립니다. 마케팅 CAPM에서 베타가 높은 회사는 경쟁사나 비교군의 성과가 안 좋다고 성과가 더 나쁘진 않습니다. 그 베타가 거짓이나 사기가 아닌 이상요.
CAPM의 무위험 수익률은, 어떤 회사든 가만히 있기만 해도 발생하는 마케팅 효과입니다. 완전히 가만히 는 아니지만 가족이나 친구에게 얘기만 해도,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열어놓기만 해도, 가게를 열어놓기만 해도, 누군가는 궁금해서 들어와보기도 하고, 뭔가를 사기도 합니다. 어떤 제품이나 시장이 유행을 타면 마케팅 역량과 관계없이 잘 되기도 합니다.
시장은 비슷한 것을 파는 다른 회사들의 평균적인 마케팅 성과 입니다. 보통 회사들은 경쟁사와 비슷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비슷하게 예산을 씁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복잡하고, 때때로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사업의 본질입니다. 이것을 다르게는 경쟁 이라고도 부릅니다. 어떤 회사든 이 경쟁관계에서 크게 동떨어지기 힘듭니다. 너무 못하면 회사가 없어지고, 너무 잘하면 남들도 금방 따라합니다.
베타 는 기업 고유의 마케팅 특성과 역량입니다. 이것은 스토리텔링 능력이 될 수도, 남들은 못 따라하는 사업 특성일수도, 그로스 해킹이나 퍼포먼스 마케팅 능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대부분은 사업특성이나 스토리텔링 능력이지, 그로스해킹이나 퍼포먼스 마케팅 능력이 베타의 중요한 요소가 되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에 마케팅의 베타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는
-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명확한 가치(Value proposition)
- 스토리텔링
- 운과 이유모를 유행
입니다.
에어비앤비의 경우로 돌아가보면, 에어비앤비 고유의 특성은 독특한 사업모델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능력 이었습니다. 초반에 언급한 실적발표는 달리 말하면
- 우리가 기존 마케팅 역량이라고 생각했던 퍼포먼스 마케팅 능력 등은 모두 가짜였다.
- 마케팅에서 우리만의 특성에 집중하고 이 능력을 더 발휘해야겠다.
입니다.
콘텐츠 마케팅에 관심을 사람과 회사들은 많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잘 되기 시작하면 효과가 크고 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성공사례를 보면 관심을 끊기가 어렵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이 어려운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케팅을 잘 하려면 베타 가 커야 합니다. 그리고 이 베타는 남들은 잘 못하는 무언가여야 합니다. 하지만 남들은 못하는 무언가를 가진 회사들은 그 비율이 적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갖고 있는 회사 중 이것을 잘, 꾸준히 다듬어 표현하는 회사도 일부입니다.
이게 어렵다보니, 우리는 그냥 남들이 다 똑같이 하는 광고, 특히 검색/소셜미디어 광고에 매달리고, 여기서 나오는 한줌의 성과에 일희일비합니다. 이 일희일비가 힘들다보니 모습만 다를뿐 본질은 같은 새로운 채널에 관심을 기울이고, 여기서 다시 효과는 없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마케팅 자원을 투입하는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핵심정리
설명은 길었지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케팅 실력, 초과 성과는 사업의 기본속성,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 나온다.
- 베타에서 비중이 큰 것은 퍼포먼스 마케팅 스킬이 아니다.
- 마케팅 베타의 극단(에어비앤비, 테슬라): 페이스북과 구글이 디지털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사업과 마케팅의 운명을 페이스북과 구글에 맡겨야 한다면 그거 왜 하나?
마치며: 마케팅 Bullshit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는 Bullshit과 마주합니다. 우리말로는 좀 더 얌전한 표현은 “구라”, 거친 표현은 “개소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살면서 접하는 정보의 Bullshit 빈도가 50%라고 치면, 마케팅에서 Bullshit 빈도는 99% 인 것 같습니다. 위의 이야기도 다 Bullshit으로 받아들여지면 좋겠습니다. 잘 맞지도 않는 그럴싸한 모델을 하나 가져다가 특이한 현상 하나를 잡아서 ‘이건 이거랑 비슷하니까 저런 법칙이 있는거야’ 라고 설명한 것입니다. 마케팅은 사람의 활동과 생각이지, 숫자나 자연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모델입니다. 이번 이야기도 액면으로 믿지 말고, 특정한 상황에서 생각을 만들거나 발전시키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소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