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콘텐츠 마케팅 전략 유출
최근 아마존 내부 문서가 유출되면서 아마존의 드라마 제작과 쇼핑 매출의 연관성이 드러났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관련 데이터는 로이터의 단독보도 를 참고/인용하였습니다) 문서 내용을 통해, 아마존은 콘텐츠 마케팅을 충실히, 정확하게 하고 있다고 보아 사례로 기록합니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 기업입니다. 도서 판매로 시작한 아마존은 10여 년 전 프라임 이라는 연회원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이는 아마존의 중요한 수익 모델이 되었습니다. 마치 코스트코가 연회비를 받고 제품의 마진은 최소화 하는 것처럼요.
여담 : 우리나라 사람들의 코스트코 사랑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코스트코 설립자의 “한국 생각하면 좋아서 눈물이 난다” 는 말은 잊을만하면 새로운 뉴스처럼 나오는데, 7년 전 미국 언론의 인터뷰가 그 출처입니다.
연 100달러 정도인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는 빠른 배송 서비스 등 제품 구매와 직접 관련이 있기도 하지만, 온라인과 디지털 전반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함께 제공됩니다. 음악 스트리밍, VOD 서비스, 사진과 파일 저장 서비스 등 아마존의 온라인/디지털 사업과 연계한 서비스를 프라임 서비스에 묶어서 제공합니다. (아마존은 매우 큰 서버 호스팅 업체이기도 합니다. 밸러스트의 사이트도 아마존 서버를 이용합니다)
아마존의 드라마 제작 – 연간 5조원을 쓰는 이유는?
골든 글러브 상을 받으면 신발이 더 팔려요
그리고 언젠가부터 아마존은 영상 사업에 연 50억달러(약 5조원) 정도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자체 영화와 드라마 제작입니다. 2010년 아마존 스튜디오즈 설립을 시작으로 아마존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아마존 스튜디오즈에서 제작한 영화는 30건이 넘고(국내 개봉작도 10편 정도 됩니다), 드라마 시리즈는 19개나 됩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골든 글러브, 에미상, 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거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콘텐츠 제작에 연 5조원을 쓰는 전략에 대해, 제프 베조스 한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When we win a Golden Globe, it helps us sell more shoes.” (우리가 골든 글러브 상을 받으면 신발이 더 팔려요.)
성공한 아마존 드라마의 ROI
아마존의 콘텐츠 제작이 다른 매출, 특히 프라임 멤버십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심증은 있었지만, 이번에 그 증거가 나온 것입니다. 현재 최고의 인기 드라마인 “The Man in the High Castle” 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2차 대전에서 독일이 승리한 후의 역사’를 그린 가상 역사 드라마 입니다. 미국 내 800만 명의 시청자가 있었고, 제작비는 700억 정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유출된 내부 문건의 자료에 따르면 이 드라마를 통한 신규 프라임 회원은 115만 명 입니다. 115만 명이 연 10만원 씩 내면 1년 매출이 1,150억원 입니다.
더 간단하게는, 해당 드라마를 통해 프라임 회원 한 명을 가입시키는 데 63달러가 들었습니다. 프라임 회원 비용이 연 99달러이고, 프라임 회원은 아마존에 돈을 훨씬 많이 쓰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훌륭한 투자입니다.
프라임 멤버십의 고객평생가치 LTV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면 이렇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 서비스는 특성상 일정 규모를 넘어서게 되면 신규 회원을 통해 나오는 매출의 이익률이 높아집니다. 식구 많은 집에서 손님 한 명이 오면 말 그대로 밥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리고 프라임 회원 서비스는 탈퇴하게 되지 않습니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샀을 때 일주일 걸리던 무료배송이 2일이면 오고, 음악 무제한 스트리밍, 사진 무제한 저장, 꽤나 많은 영상을 볼 수 있는 VOD 서비스까지 딸려오기 때문입니다. (저는 미국에 살지도 않고, 위의 서비스를 거의 쓰지 않으면서도 10년 전에 가입했던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최근에야 해지했습니다. 회원제, 구독 서비스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아마존에서 물건도 훨씬 많이 삽니다. 프라임 회원이 연 1,300달러 정도를 아마존에서 쓰는 반면, 비회원은 700달러 정도를 씁니다. 매년 인당 600달러 정도의 매출이 더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회원 가입 기간이 거의 평생이라고 보면 LTV는 수만 달러, 우리 돈으로는 수천만원이 됩니다. 수천만원의 매출을 내주는 한 명을 위한 드라마 제작비는 (인당)몇 만원 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이렇게 성공적이지는 않습니다. 헐리우드 비평가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콘텐츠는 이보다 신규 회원 가입당 제작비가 1,000 달러를 넘기기도 합니다. 연회비 100달러를 생각하면 손해 같지만, 길게 보면 이것도 손해는 아닙니다.
참고로 현재 아마존 프라임 회원의 수는 8000만 명 정도이고, 이 중 아마존 드라마 등을 통한 가입자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500만 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아마존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보는 회원 수는 2,600만 명 정도 됩니다.
콘텐츠 마케팅의 정의, 아마존, 우리
콘텐츠 마케팅의 정의 – 7가지 질문으로 알아보는 콘텐츠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은 명확히 규정된 오디언스를 모으고 유지하기 위해 가치 있고, 관련 있고, 꾸준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전략적 마케팅 행위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부각하여 광고하지 않고, 잠재고객과 고객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말 관련 있고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간단히 쉬운 말로 하면, 사업의 성장을 위해 오디언스에게 유용하거나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를 자체 채널에서 꾸준히 제공하는 것입니다.
아마존의 콘텐츠 제작은 이런 콘텐츠 마케팅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서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도록 하고, 프라임 멤버십에서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을 유지하며 충성도를 높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더하면, 아마존은 콘텐츠 마케팅의 권위자들의 말처럼 ‘브랜드가 미디어를 앞서는’ 사례를 잘 보여줍니다.
국내에서 콘텐츠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많은 마케터와 담당자들이 깊은 오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단적으로 말해 콘텐츠 마케팅을 광고나 PPL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아마존의 사례는 콘텐츠 마케팅은 그런 것이 아님을 매우 잘 보여줍니다.
물론 스케일이 좀 크긴 합니다. 연 5조를 영상 콘텐츠 제작과 라이센싱에만 사용하는 일은 아마존, 넷플릭스, 애플 등 미국의 극소수 기업만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콘텐츠로서, 평생 함께 갈 고객을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면 됩니다. 아마존만큼 커지지는 못할지 몰라도 재미있고 성장하며 오래 가는 비즈니스에 한 발 가까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