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언스 생각하기 – 콘텐츠 마케팅의 첫걸음

영원한 숙제, 오디언스 이해

글을 잘 쓰는 법에 대한 물음에서 빠지지 않는 답은 ‘독자/청중을 생각하라’ 입니다. 책이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볼 때면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는 무척 어렵고, 우리가 쉽게 반복해서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천 년 전에도, 오십 년 전에도, 오늘도, 최고의 작가와 전문가들이 입이 아프게 떠들어도 이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는 걸까요? 기업도 똑같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무너지는 거대기업과 고객의 니즈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여 시장을 지배하게 된 기업의 이야기는 빛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죠. 가까운 예로는 미국의 비디오 대여 체인 블록버스터와 온라인 영상 콘텐츠 서비스 넷플릭스가 있습니다. 기업이 오디언스를 이해하고 고려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의 예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삼성같이 큰 회사에 UX 전문가가 아무리 많고 돈을 많이 투입해도 쓰다보면 욕이 나오고, 창을 닫아버리고,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싶지요.

오디언스 배제 = 콘텐츠 쓰레기

회사가 오디언스/고객과 만나는 채널에서도 이런 일은 흔히 벌어집니다. 2-3년 전에 국내에서 큰 회사 작은 회사 할 것 없이 바이럴 영상이라며 사원들의 인기가요 립싱크(립덥이라고 하나요?) 영상을 만들고 올렸죠. 지금 다시 그 영상을 꺼내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지금은 그렇다 치고 당시에는 재미있었을까요? 팀원들, 사원들 외에 누가 관심이나 가졌을까요? 지금도 똑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회사의 팀원을 재치있게 소개한다고 올리는 회사 블로그 글을 쉽게 봅니다. 마케팅 팀의 막내 아무개, 디자인 팀의 홍길동. 그리고 팀원들이 회사에서 하는 일도 재치있는 말과 버무려 올립니다. 그런데 과연 누가 그걸 궁금해하나요? 그다지 재미도 없고, B2B 영역이면서 업무 영역과 프로세스가 중시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비극의 시작은 오디언스에 대한 고려 부족입니다. 클릭해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한 내용입니다. 대개의 경우 시간 낭비이자 주의력의 낭비입니다. 구성원 중 하나라도 “이걸 볼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 사람들에게 이 내용이 도움될까?” 라는 의문을 제기했다면 어땠을까요? 저런 일이 일어나는 과정은 비슷합니다. 블로그나 SNS에 뭔가 올리긴 해야겠고, 누군가 유무형의 압박을 하겠죠. 유머나 좋은 말도 한계가 있고, 회사를 어떻게 차별화해야할지 잘 모르겠고. 그나마 팀과 팀원 소개는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할 수 있으니, 여기에 적절히 유행어와 아이콘을 섞어 쓰면 관심을 끌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면 사려깊은 고객들은 ‘이 회사의 콘텐츠는 도움이 안 되네’라고 생각하겠죠. 관여도 높은 오디언스가 곧 충성고객인 요즘은 이것이 고객이탈로 이어집니다.

골리앗의 역설 – 오디언스 이해는 다윗이 유리하다

자금, 인력, 시간이 이보다 작은 회사들은 어쩌라는 말인가요? 그냥 포기해야 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작기 때문에 고객을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고객을 더 많이 접촉하고 대화할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객이 쉽사리 속마음을 털어놓지도 않고, 어떤 때는 고객도 모르는 고객의 면모를 이해해야 수수께끼가 풀립니다. 고객이 당신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장점을 알아내서 살리고, 고객이 이탈할 요인들을 이해해서 빼는 긍정 강화의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

물론 알면서도 힘든 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좋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회사의 콘텐츠들을 살펴보세요. 웹사이트의 회사소개, 블로그 글, 영상에서 ‘우리 회사’, ‘우리 제품’ 이야기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고객이나 잠재고객이 마주한 문제, 고민거리에 대한 회사의 생각이나 답이 포함되어있는지도 찾아보세요. 이 부분이 빠진 자기소개는 없어도 그만입니다. 과감하게 생략하고 고객의 고민에 대해 고민하세요. 이것이 인게이지먼트를 높이는 콘텐츠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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