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0 마케팅 트렌드의 후속입니다. 5년에서 10년은 관련하여 쓸 것이 없다고 했는데, 2년만에 쓰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의 2021년 4분기 실적발표로 보는 마케팅 지형
페이스북 실적 발표 내용
페이스북이 지난 달 2021년 4분기의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실적발표 이후 하루만에 주가는 25% 떨어졌습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250조원 정도가 날아간 셈입니다.
페이스북의 2021 4분기 실적발표 전후 주가 추이
2022년 3월 중순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400조원 정도, 그 다음으로 큰 SK하이닉스나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약 80조원임을 생각하면 그 규모가 더 잘 그려집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의 반 이상, 혹은 삼성전자 다음으로 큰 4개 회사인 LG 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NAVER, 삼성바이오로직스 의 기업가치 합이 실적발표 날 하루에 날아간 것입니다.
심지어 실적도 좋았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증가, 매출 총이익도 2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만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 감소는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투자로 인한 연구개발비 증가가 한 몫 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페이스북이 마케팅에서 갖고 있던 강력한 지배력이 흔들리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하여 실적발표에서 경영진이 언급한 주요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 애플의 앱 추적 금지로 인하여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광고를 표시할 데이터를 얻기가 힘들어졌음.
- 광고주 입장에서 타겟팅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광고 효율이 떨어지게 됨.
- 측정도 더 어려워짐.
- 이에 따라 광고주의 비용증가, 매출감소.
- 하지만 단기간에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없음.
- 2022년도 이로 인한 예상 매출 감소는 100억달러(약 120조원).
- 현재 매출의 10%정도.
관련하여 주요 언급들을 몇 개 골라보면,
다음은 광고 관련입니다. 애플의 iOS 변화와 유럽의 신규 규제로 인해, 개인화된 광고를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가 줄어드는 경향이 확연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맞춤형 광고를 원하고, 광고주들도 제대로 된 잠재고객에게 광고를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계속 성장하고 좋은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광고 인프라 재구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CEO
Now next up is ads. And with Apple’s iOS changes and new regulation in Europe, there is a clear trend where less data is available to deliver personalized ads. But people still want to see relevant ads, and businesses still want to reach the right customers. So we are rebuilding a lot of our ads infrastructure so we can continue to grow and deliver high-quality personalized ads.
광고업계의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애플의 iOS 변화로 인한 역풍을 맞았습니다. 지난 분기에 설명드린 것처럼, 애플은 광고주들에게 두 가지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첫째, 광고 타겟팅 정확도가 떨어졌고, 이 때문에 과거처럼 실적을 내려면 광고비용이 더 듭니다. 둘째는 이 실적을 측정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셰릴 샌드버그, COO
Like others in our industry, we faced headwinds as a result of Apple’s iOS changes. As we described last quarter, Apple created 2 challenges for advertisers: one is that the accuracy of our ads targeting decreased, which increased the cost of driving outcomes; the other is that measuring those outcomes became more difficult.
하지만 애플의 변화로 인한 타겟팅과 측정 및 규제 관련 문제는 다음분기 및 2022년 전반적으로 조금 더 심해질 것으로 봅니다.
셰릴 샌드버그, COO
But we expect the overall targeting and measurement headwinds to moderately increase from Apple’s changes and from regulatory changes in Q1 and throughout 2022.
특기할만한 언급과 페이스북의 역풍에 대한 생각
명심할 사항 한 가지가 있는데, 광고 캠페인 규모가 크면 이 문제가 덜 하고 규모가 작을수록 문제가 더 커집니다. 소규모 광고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다시 말해 애플의 변화로 인해 중소기업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셰릴 샌드버그, COO
I do want to caution that it’s easier to address this with large campaigns and harder with small campaigns, which means that part will take longer, and it also means that Apple’s changes continue to hurt small businesses more.
이 언급들에 대해 들었던 생각은
- 페이스북이 고객 데이터 수집으로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예상 가능한 문제였습니다.
- 다만 페이스북은 그것을 ‘애플 때문에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페이스북은 데이터 정책으로 인해 광고 사업 모두가 타격을 입었다고 하지만, 검색 비중이 큰 구글은 타격이 없고, 고객 충성도 높은 대형 브랜드 광고주가 많은 스냅챗도 영향이 적다고 언급합니다.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기서 얻는 이용자의 데이터로 광고비를 버는 회사입니다. 이런 사업 모델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기도 하지만, 태생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애플의 데이터 관련 정책 변화에 대한 페이스북의 입장은 어땠고,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이것은 정말 갑자기 나타난 문제일까요? 시장의 반응은 ‘어느정도 영향은 있을 것 같았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인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1분기에는 iOS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언급하고, 실적이 잘 나온 2분기에는 언급하지 않다가, 이익이 떨어지는 3분기부터 다시 iOS를 언급합니다.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미디어 모델의 문제는 언제 어떻게가 발생하는지가 문제일 뿐, 처음부터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휴대폰 OS의 데이터 정책 변화가 페이스북에 미치는 파급력은 페이스북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마 페이스북에 마케팅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야하는 수많은 기업들은 이미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이 타격이 심한 곳들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2022년의 마케팅 지형
페이스북은 그동안 플랫폼 이용에서 생기는 데이터가 어느정도 수익을 내는지를 증명했습니다. 이렇게 누구의 것인지가 불분명한 데이터에 대해, 이에 대한 접점을 지닌 여러 회사들도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애플과 아마존은 이미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고, 안드로이드 OS를 갖고 있는 구글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 애플은 2021년부터 앱스토어 광고를 본격화했습니다.
- 구글도 2021년 여름, 애플의 앱 추적 금지와 비슷한 기능을 발표하였고, 2022년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 아마존도 광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광고 매출은 2019년 120억달러에서 2021년 310억달러로, 약 2년 간 2.5배로 늘었습니다. 우리 돈으로 연간 40조원 가까이 됩니다.
2022년 마케팅 지형, 누구에게 유리한가? 의도와 발견 모델
페이스북과 구글, 혹은 소셜미디어와 검색으로 대변되는 마케팅의 큰 줄기는 의도와 발견 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의도
구글 등 검색을 통 잠재고객과의 접점이 많이 발생하는 기업은 페이스북의 실적에서 보여준 타겟팅 문제에서 다소 자유롭습니다. 고객의 머릿속에서 이미 타겟팅이 된 상태이니까요.
발견
페이스북을 비롯하여 디스플레이 광고, TV 등 모두 발견을 통해 광고의 효과가 나옵니다. 잠재고객이 생각하기 전에 ‘이거 필요하지 않아?’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잠재고객이 ‘이런 게 있었어? 아 필요한 것 같아!’ 라고 생각하면 마케팅이 성공한 것입니다.
현재는 과거 발견에 의존하여 성공하던 방식의 비용이 비싸지고 효과가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불리한 회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불리한 곳
새로운 발견 메커니즘에 의존해야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낮은 타겟팅 비용의 혜택에 의존해온 회사.
- 소셜/인플루언서 광고에 의존적인 제품과 서비스
- 소셜미디어 그로스해킹으로 매출을 늘려온 제품과 서비스
- 단가가 낮은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마진이 적은데 소셜미디어/디스플레이 광고비 비중이 높은 제품/서비스
- 충성고객이 없거나 반복구매가 일어나지 않아서 신규 고객 획득에 의존하여 매출을 내는 제품/서비스
이 상황에서 유리한 곳들도 있습니다.
잠재고객의 인식에 이미 각인되어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좋은 정보나 스토리를 제공하여 잠재고객에게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믿을을 주거나 실제로 도움을 주는 제품/서비스들 입니다. 이런 곳들은 다음의 특징 중 일부 혹은 전부를 갖고 있습니다.
- 강한 브랜드
- 전문성이 강하고, 검색이나 기타 정보수집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노출이나 언급이 되는 제품/서비스
- 고객이 경쟁자로 갈아타거나 잠재고객이 경쟁자들을 비교할 필요가 적은(혹은 이것을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제품/서비스.
하지만 유리한 입장에 있는 회사들 중, 다시 유리함의 원천이 검색 플랫폼인 회사는 언제 역풍을 맞을지 모릅니다.
페이스북의 최근 실적발표가 주는 교훈
마케팅은 잠재고객과 접점을 갖고 있는 채널을 얼마나 나한테 유리하게 쓸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그것이 TV와 신문이었고, 이제는 소셜미디어와 검색엔진, 쇼핑 플랫폼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리고 어떤 광고주든 플랫폼에 의존하는 상황 자체는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가능한 한 마케팅 채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의존하고 있는 특정 채널의 상황이 나쁠 때 타격은 덜 입고 상황이 좋을 때는 수익성이 더 좋아지도록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합니다. 이것을 두 가지로 표현하면 다변화와 장기적 관점의 고객중심 마케팅 입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1. 채널 다변화
In Pursuit of the Perfect Portfolio 라는 책에서는 현대 금융 투자에 큰 영향을 준 인물들의 주요 공헌을 소개하고, 이들과 직접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투자 방식 및 이상적인 투자에 대한 의견을 공유합니다. 10명의 인물 대부분은 노벨상 수상자이며, 현재 세계 금융 시스템과 투자방식은 이들이 마련한 기틀 아래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2가지인데
- 완벽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다.
- 이 제각각인 생각에서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통 요소가 있다.
이 공통 요소는 바로 다변화 입니다.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대 금융투자의 기초를 세운 인물 모두가 암묵적으로든 대놓고든 동의합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 입니다. 마케팅 활동을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채널(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합니다. TV, 페이스북, 구글, 틱톡, 기타 등등 어떤 채널이 됐든 광고주보다 오디언스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이 오디언스 중 내 잠재고객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수월하게 만나느냐가 마케팅 능력인데, 어떤 식으로든 채널에 의존해야한다는 사실이 기본입니다.
외부 채널 의존성은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지만, 이 안에서 최대한 다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마케팅 상황은 수시로 변하는데, 다변화가 되어 있지 않으면 사소한 이유로 사업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2. 장기적 관점의 고객 중심 마케팅
채널 다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케팅에 대한 접근 방식입니다. 관련해서는 버핏 1989년 주주 서한에 있는 말을 인용해봅니다.
훌륭한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적당항 회사를 훌륭한 가격에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
워런 버핏, 1989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
‘It’s far better to buy a wonderful company at a fair price than a fair company at a wonderful price.’
버핏은 투자에서 주식을 사는 것에 대해 한 얘기지만, 마케팅이나 사업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이 오랫동안 큰 성과를 내는 데 유리합니다. 투자에 대한 버핏의 말을 마케팅의 언어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의 접점이 될만한 제품과 스토리
- 고객이 다시 사거나 남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 당장은 비용대비 효과가 단순한 광고집행처럼 나타나지 않아도, 1년 후, 2년 후, 5년 후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할 수 있는 채널과 콘텐츠 전략
세상이 더 연결되고 변화가 빨라지면서 여러 변화가 생겼고, 마케팅도 이 변화의 영향을 받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변화는 기업활동에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플랫폼 의존도는 높아졌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지형을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이 진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규명하고, 이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메시지로 고객과 대화해야 합니다. 고객을 오랫동안 함께 할 오디언스라고 생각해보고, 마케팅 활동을 이것에 집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