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마케팅과 B2C 마케팅의 차이를 대하는 방법: 현상과 본질의 문제

우리는 B2B 마케팅 이라서, 우리는 B2C 마케팅 이라서

저희가 클라이언트들에게 심심치 않게 듣는 말입니다. “우리는 B2C라서 이렇게 해야 해요.” “우리는 B2B라서 이건 안 돼요.” 실제로 B2B와 B2C 마케팅은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B2B와 B2C 마케팅의 구분은 정확하지도 않고, 효과적인 전략, 계획, 실행에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B2B와 B2C 마케팅. 현상의 차이

B2B와 B2C 마케팅의 차이를 검색해보면 많은 글이 나옵니다. 검색결과 상위에 있는 글 일부를 링크해봅니다.

http://www.mobiinside.com/kr/2017/05/26/b2b-b2c-digitalmarketing

https://www.thebalance.com/b2b-vs-b2c-marketing-2295828

http://www.ciokorea.com/news/25113

내용을 종합해보면 B2B와 B2C 마케팅에서는 통계적으로 조금 다른 현상이 있는 듯합니다.

  • B2B는 신뢰 기반, B2C는 감성 기반
  • B2B는 정보중심, B2C는 바이럴될만한 감성적 콘텐츠
  • B2B는 복잡한 구매과정, B2C는 단순한 구매과정

정도를 공통적으로 언급합니다.

고정관념의 덫

그런데 위의 구분에 들어 맞게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회사는 얼마나 될까요? B2C의 많은 영역은 독과점적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데, 이는 안전, 품질 등에 대한 신뢰에 기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B2C 소비자들은 몇 만원짜리 물건을 살 때도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고, 오래 고민하며, 결정을 미루기도 합니다. 반대로 B2B에서는 담당자의 재량으로, 혹은 여러 이유에서 큰 고민 없이 서비스나 제품을 구입하는 일도 많습니다.

국내와 외국에서 검색 순위가 높은 자료들의 내용은 비슷합니다. 출처나 참고한 내용이 정확하진 않지만 비슷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런 내용들은 모두 지적 게으름, 혹은 지적 무성의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회사들의 마케팅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고 기존에 떠도는 말들을 짜집기하여 억지로 콘텐츠를 만들어낸 흔적이 보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런 틀에 갇혀서, 더 좋은 마케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현상만을 바라보는 사고의 틀에 갇혀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관습대로 생각하고 계획하기에 앞서 그 이유에 대한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B2B와 B2C 마케팅을 구분하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과연 구분할 필요는 있을까요? 무엇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본질 이해의 중요성: 70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는 원리

헷지펀드 브릿지워터와 올 웨더 펀드

브릿지워터는 세계 최대의 헷지펀드입니다. 1,500억 달러(한화 150조원) 정도의 자금을 운용하며, 이 중 700억 달러는 올 웨더 펀드 라는 자산배분 방식을 사용하여 운용합니다. 참고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총액이 90조원 정도 입니다][3]. 따라서 올 웨더 펀드 하나가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크기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는 올 웨더에 대한 백서에서 이 70조원짜리 펀드를 운용하는 원리를 냅킨 한 장에 그릴 수 있다고 합니다.

All weather grew out of Bridgewater’s effort to make sense of the world, to hold the portfolio today that will do reasonably well 20 years from now even if no one can predict what form of growth and inflation will prevail. When investing over the long run, all you can have confidence in is that (1)holding assets should provide a return above cash, and (2) asset volatility will be largely driven by how economic conditions unfold relative current expectations(as well as how these expectations change). That’s it. […] All Weather can be sketched out on a napkin. It is as simple as holding four different portfolios each with the same risk, each of which does well in a particular environment. 올 웨더는 브릿지워터가 20년 후에도 좋은 성과를 낼만한 포트폴리오에 대해 고민한 결과입니다. 올 웨더는 미래에 성장이나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지 못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입니다. 장기 투자를 할 때 확실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1)자산을 보유하면 현금보다 수익률이 높다 (2)자산 변동성은 경제에 대한 기대치(및 이 기대치의 변화)와 상황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입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올 웨더의 원리는 냅킨 한 장에 그릴 수 있습니다. 리스크가 동일한 네 가지 유형의 포트폴리오를 담는 것입니다. 어떤 경제상황에서도 성과를 잘 내는 포트폴리오가 생기도록 말이죠.

(번역: 김민영)

좀 더 간단히 설명하면,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상관 관계가 적은) 자산에 장기 분산 투자를 하고, 각 영역의 리스크 수준을 동일하게 맞춰놓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률이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모든 상황에서까지는 아니지만, 연 6-7% 정도를 꾸준히 내는 전략입니다. 10년이면 자산이 2배, 20년이면 4배가 되는 수치입니다. 올 웨더는 주식, 채권, 원자재, 금 등에 분산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올웨더-냅킨

(그림:냅킨 한 장에 그리는 올 웨더 펀드의 원리)

현상만을 따르는 지적 게으름의 대가

브릿지 워터는 현재 추가 가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올 웨더 펀드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가입을 받는다 해도 최소 금액을 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미국에서 일반적인, 그저 그런 헷지펀드의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 달러(약 10억)입니다.)

하지만 각 자산군의 리스크와 상관관계만 계산하면 누구나 오늘부터 70조원짜리 펀드처럼 자산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실제로 각 자산군의 리스크와 상관관계 정보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리스크와 상관관계를 간단히 계산하는 대신, 올 웨더 펀드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해보는 것입니다.

사실 첫 번째 방법이 훨씬 쉽지만, 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 방법을 알아보려 할 것입니다. 권위에 기대기 때문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더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입니다.

실제로 올 웨더의 정확한 자산 배분 비율은 공개되어 있지 않고, 수시로 바뀝니다. 이것을 그대로 따라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어려운 일을 위해 헛된 시간과 노력을 들입니다.

위에서 본 B2B와 B2C 마케팅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존재하지도 않는, 혹은 얻기 어려운 현상적 껍데기를 위해, 혹은 그 현상의 틀에 갇히면서, 우리는 지적 게으름에 대해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B2B와 B2C 마케팅 이해의 변수 : 나(의 메시지), 너(의 문제), 미디어

B2B와 B2C 마케팅의 차이를 생각하면서 감성, 정보, 의사결정단계 등의 표면적 접근을 하면 제대로 된 마케팅 계획을 세우기 힘듭니다. B2B와 B2C 마케팅은 결국 마케팅이고, 마케팅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우리는 평소 대화를 할 때 대사를 외워서 하지 않습니다. 내 입장, 상대방의 입장,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마케팅도 동일합니다. 최적의 마케팅은 커뮤니케이션 당사자와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서 나옵니다. 이것을 변수로 만들면 나(의 메시지), 너(의 구매과정), 미디어 세 가지 입니다.

![B2B마케팅](https://ballast-website-images.s3-accelerate.amazonaws.com/2019/07/%EB%A7%88%EC%BC%80%ED%8C%85-%EC%BB%A4%EB%AE%A4%EB%8B%88%EC%BC%80%EC%9D%B4%EC%85%98.png)

나(의 메시지): 조직이나 기업에서 판매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해

단순히 제품에 대한 정보를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실제 판매 과정에서 처리할 문제입니다. 이 제품은 왜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연히 이 제품을 만든 사람들의 목적이 포함됩니다. 이를 통해 상대방(고객)에게 전할 메시지가 나오게 됩니다.

너(의 문제) : 고객의 문제

B2B 고객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B2C 고객도 많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정보와 감성의 차원과는 조금 다르지만, 감성도 문제의 영역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이고 싶고, 더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싶고, 게임이 좀 더 빨리 되면 좋겠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좋겠다는 욕망 모두 해결하고 싶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고객이 겪는 불만이나 만족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한 문제 해결의 기대치와 현실의 차이에서 나옵니다. 기대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만이 생기고, 기대한 만큼 문제가 해결되고 다른 문제까지 해결해주면 만족하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제품들은 고객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지 않습니다. 서비스의 경우 요구사항이 조금만 복잡해지면 고객의 문제를 규정하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미디어

이제 “나는 너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는 메시지를 전하면 됩니다. 이 메시지를 예술적으로 포장해야 할 때도 있고, 다양하고 세세한 근거로 뒷받침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이것이 미디어입니다. 이 메시지가 가장 잘 전해질 통로는 무엇인가? 형식은 무엇인가? 메시지에 공감하고 더 돋보이게 하는 장치들은 무엇이 있을까? 의 고민이 딸려옵니다. 그 통로가 TV 광고일 수도, 박람회일수도, 인스타그램이나 링크드인일수도 있을뿐입니다. 매체와 통로마다 특성이 다르고 고객과의 연관성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에 따라 일반적으로 미디어는 자연히 결정됩니다. 하지만 미디어는 고객의 상황에 맞춰서 정해야지, 미디어를 미리 정해놓고 계획을 세우면 안 됩니다.

콘텐츠 마케팅을 위한 변론

초반에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B2C , B2B 마케팅에 대한 고정관념이라고 적었습니다. 에이전시로서 잠재고객에게 콘텐츠 마케팅에 대해 설명하다보면 B2B나 B2C 마케팅의 여러 형태를 함께 다루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건 B2X 라서 우리랑 안 맞네” 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콘텐츠 마케팅은 B2B나 B2C보다 큰 개념입니다. 왜냐하면 콘텐츠 마케팅의 근간은 고객에 대한 공감과 이해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B2B(비즈니스)나 컨슈머(B2C)이기 전에 고객입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경우에 따라 B2B에 적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B2C에 적합해보이기도 합니다. 이는마케팅의 계획과 실행에서 미리 정해놓은 틀대로 움직이는 대신 지금 현재 고객에 대해 이해한 결과를 갖고 계획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고객도 변하고 세상도 변했는데 이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현상만 따라가면, 마케팅은 물론 조직은 지속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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