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는 마케팅의 동력이지만, 콘텐츠 계획과 관리는 항상 어렵습니다. 타겟 오디언스와 구매 과정에 맞춰 유형별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발행, 관리하려면 여러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조직 구성원 간의 이해도 차이, 에이전시 문제, 부서 간 문제, 커뮤니케이션 문제, 장단기 계획에 대한 시각 차, 프로세스 문제 등 하나씩 따지다 보면 끝도 없습니다.
이 중 제가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보고 이야기해보면서 공통으로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콘텐츠 별 특성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여 계획과 실행까지 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저희는 클라이언트에게 이 문제를 좀 더 잘 설명할 방법을 찾다 보니 카노 모델 이라는 UX 모델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카노 모델을 활용하면 콘텐츠를 기능별로 구분하여 입체적으로 접근하기가 쉬워 집니다.
참고: UX 지식은 앱이나 웹 서비스를 만들 때가 아니라 훨씬 다양한 곳에 유용하게 쓰입니다. 제품 개발과 마케팅도 결국은 사용자(고객)을 위한 일이다 보니, UX, 즉 사용자 경험 의 기본에 대해 이해를 더 많이 하면 좋습니다. UX 의 기본이자 추천드리는 자료는 Jeff Patton 의 User Storymapping 입니다. Jeff Patton 은 UX 의 권위자이자 애자일 개발에서도 중요한 인물입니다.
카노 모델
카노 모델은 제품의 기능 특성별로 고객의 만족도 패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제시하는 모델입니다. 한 제품이 갖는 여러 기능은 자세히 뜯어보면 그 속성들이 다르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카노모델은 발표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적으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_. _특히 고객과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카노 모델을 이용한 리서치와 테스트를 많이 진행합니다.
카노모델 설명
카노 모델은 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갖는 기능을 다섯가지 유형으로 나눕니다.
매력적 기능
있으면 만족도가 크게 올라가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없다고 해서 사용자가 불편해하거나 불만을 갖지는 않습니다. 이전 제품에는 없던 새로운 기능 중 사람들의 호평을 갖는 기능이 이에 속합니다. 지금은 조금 퇴색한 듯도 하지만 아이폰이 새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이런 매력적인 기능을 많이 포함해왔습니다.
카노 모델 – 매력적 기능의 만족도 곡선
매력적 기능은 없어도 만족도에 문제가 없을뿐 아니라 있기만 해도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기능이 조금 부족해도 괜찮고, 어느정도만 잘 작동해도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일차원적 기능
없으면 불편하고 있으면 좋은 기능입니다. 일반적으로 ‘품질’이 좋고 나쁨을 말할 때 들어가는 요소들이 일차원적 기능입니다. 튼튼함, 가격(의 저렴함), 속력이나 출력처럼 온도처럼 측정되거나 체감되는 성능, 사용 편의성 등이 일차원적 기능의 예 입니다. 기능 구현 수준에 따른 만족도 증가도 일차함수와 같은 형태를 띱니다.
물건은 튼튼할수록 좋고, 에어컨은 시원할수록 좋습니다. 보일러는 따뜻하게 난방이 잘 될수록 좋고, 자동차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모두 일차원적 기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필수 기능
말 그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기능입니다. 자동차에 문짝이 없다거나, 선풍기에 회전 버튼이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필수 기능에서 주목할 점은, 필수 기능이라도 잘 만들면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도 만족도 향상에 한계가 있습니다. 수준 높게 구현한 필수기능은 보통 ‘쓸 데 없는 고퀄’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카노 모델 – 필수 기능의 만족도 곡선
럭셔리 제품 카테고리에서는 이 ‘쓸 데 없는 고퀄’이 만족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곡선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차적인 기능
정확히 말하면 사용자가 안 쓰는 기능입니다.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어도 쓰지 않는 기능입니다. 왜 이런 기능이 모델에 있을까요? 추측컨대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이런 기능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이것 저것 다 넣었지만 실제로는 불필요한 영역을 찾아낼 때 이 개념이 유용합니다.
카노 모델 – 부차적인 기능의 만족도 곡선
원치 않는 기능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원치 않는 기능도 많습니다. 그리고 원치 않는 기능이 잘 구현되어 있을수록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카노 모델 – 원치 않는 기능의 만족도 곡선
예를 들면 온라인 서비스에서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무단은 아니지만 교묘하게 소비자를 속여가며 정보를 활용하거나 피해를 주는 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종합
위의 다섯 가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만족도를 주는 기능을 남기고 강화해야 한다.
- 부차적 기능과 원치 않는 기능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자원 투입을 줄여야 한다.
카노 모델 종합
시간에 따른 변화
일부 기능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의미가 변합니다. 과거의 매력적 기능은 시간이 오래 지나면 필수 기능이 되어버립니다. 또한 기능 구현 수준에 대한 기대치도 기술 발전에 따라 높아집니다.
카노 모델의 두 가지 장점
카노 모델의 장점은 두 가지 입니다.
- 생산자가 준비한 수많은 기능 중 어디에 집중할지를 명확히 알려주어 소비자에게 더 큰 만족을 주는 제품을 생산할 확률을 높여줍니다. 오디언스 페르소나처럼 사용자의 생각과 반응을 직접 확인하여 제품 개발의 핵심으로 두는 사용자 중심 접근이기도 합니다.
- 특정 기능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구현해야 할지 안내해줍니다. 즉 불필요한 데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게 해줍니다.
물론 두 번째 장점은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복잡해집니다. 좀 더 완벽히 구현해야 하는 기술은 구현이 어렵고, 적당히 구현해도 되는 기술 역시 적정 수준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에서만 구현하게 되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첫 번째 장점인 기능 선택의 문제 역시 여러 사람이 관여하는 조직의 의사결정구조 하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개입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회장님이나 사장님이 좋아해서 들어가는 기능이나 제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콘텐츠 마케팅에서 “나쁜 콘텐츠 뒤에는 그것을 지시한 임원이 있다(마이클 브레너)”는 말이 있는데요, 제품과 서비스에도 이런 일이 많습니다.
그래도 이론적으로, 카노 모델에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장점이 있고, 잘만 활용하면 매우 유용합니다.
카노 모델을 적용하여 콘텐츠 입체적으로 보기
카노 모델을 마케팅에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사실 카노 모델을 고안한 카노 교수는 마케팅이나 콘텐츠에 대해 크게 고려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카노 모델이 발표된지 30년이 흐른 지금, 제품 개발을 위해 고안된 모델은 마케팅에도 영향을 줍니다. 기업 경영에서 제품 개발, 마케팅, 영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이 여기에도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제품의 기능은 제품과 소비자가 만나는 접점(인터페이스)입니다. 마케팅에서는 콘텐츠를 카노 모델의 기능처럼 생각해도 됩니다. 브랜드와 고객은 콘텐츠를 통해 만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할 때, 우리는 카노 모델을 적용하면 콘텐츠를 입체적으로 분류하기 쉬워집니다.
콘텐츠의 기능
논란의 여지는 있는 주장이지만, 아직까지는 경영자와 마케팅 담당자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은 머릿속에 마케팅 콘텐츠 = 광고 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마케팅 콘텐츠는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콘텐츠의 입체성을 잘 이해하고 상황에 맞춰 콘텐츠를 활용하는 조직이 더 좋은 성과를 냅니다.
마케팅 콘텐츠를 카노 모델처럼 매력적 콘텐츠, 일차원적 콘텐츠, 필수 콘텐츠, 부차 콘텐츠, 원치 않는 콘텐츠로 나누고 간단히 설명해보면 어떨까요?
- 매력적 콘텐츠 : 감동이나 재미를 통해, 혹은 결정적이고 중요한 정보를 통해고객에게 큰 울림을 주는 콘텐츠. 주의: 관련성과 관여도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마케팅 목표와 관계 없이 인기만 끌었다면 매력적 콘테츠가 아닙니다. 보통은 브랜드에서 신경 써서 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매력적인 콘텐츠에 속합니다.
- 일차원적 콘텐츠 : 조직과 고객의 공통 관심 영역(스윗 스팟) 내에서 고객이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해 꾸준히 제공하는 양질의 정보.
- 필수 콘텐츠 :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 방법, 주의사항,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다루는 콘텐츠. 필수 콘텐츠가 부족할 경우, 혹은 제대로 배포되지 않을 경우 고객은 큰 불편을 겪기도 하고, 사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 부차 콘텐츠 : 관여도가 낮은 콘텐츠. 담당자나 대행사가 꾸역꾸역 의무감으로 올리는 SNS 콘텐츠가 이에 해당합니다
- 원치 않는 콘텐츠 : 대부분의 광고와 스팸 메시지. 많은 회사들이 이를 매력적 콘텐츠로 착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콘텐츠 실사에 활용하기
이렇게 기능을 나눈 후에는 현재 회사에서 갖고 있는 모든 콘텐츠를 이 기준에 맞춰 분류해보면 좋습니다. 이 때, 모든 콘텐츠를 한 데 모아놓고 분류해야 합니다. 영상이나 카드뉴스, 블로그 글만이 콘텐츠가 아닙니다. 마케팅 콘텐츠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홍보용 브로슈어, 영업용 자료, 웹페이지, 사용 설명서, 간행물, ARS 메시지 등도 마케팅 콘텐츠입니다.
정직하고 정확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현재 마케팅 콘텐츠의 믹스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느 부분이 더 필요하고 어느 부분에 자원을 써야 하는지를 쉽게 파악하여 계획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정직하고 정확하게 분류하고 평가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100만 명이 조회했고, 회사 사람들도 좋아하지만 실제로 매출에도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안 된 영상은 어떨까요? 여기에 이 영상을 본 100만 명 중 잠재고객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안 된다면? 그런데 이 일을 모두가 무심히 넘겼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1년이 지나 더 이상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는데 굳이 문제를 제기해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이런 현실이 반복되기 때문에 많은 조직이 매번 같은 우를 범합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남이 보기에 이상한 마케팅 활동을 하지만 혼자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콘텐츠 실사는 조직의 현재 마케팅 상황 진단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콘텐츠 계획에 적용하기
마케팅을 하면서 만들게 되는 콘텐츠를 카노 모델처럼 분류하고 정리해보면, 전체 마케팅 계획을 조망하며 체계적으로 실행해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케팅 목표와 상황에 따라 매력적 콘텐츠, 일차원적 콘텐츠, 필수 콘텐츠가 각각 얼만큼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면 목표 달성이 한 결 쉬워질 것입니다. 또한 계획한 콘텐츠가 부차적인 콘텐츠와 원치 않는 콘텐츠인지 끊임없이 점검하다보면 콘텐츠 관련성이 높아지면서 마케팅 효과가 커지게 됩니다.
카노 모델과 같은 콘텐츠는 콘텐츠 배치표 및 편집일정표와 함께 활용해도 좋습니다. 기능별로 색을 정하여 콘텐츠 배치표에 들어갈 콘텐츠에 표시해두면 콘텐츠 믹스와 구매과정에 따른 콘텐츠 내용, 콘텐츠 유형(포맷)까지 한 눈에 알아보기 쉽습니다.
콘텐츠 배치표 셀에 색을 표시하여 기능별로 구분한 예
편집일정표에 색을 표시하여 카노모델을 적용한 예
또한 콘텐츠 마케팅에서 소개하는 프로세스에서는 콘텐츠의 우선순위나 경중을 정리하여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카노 모델을 통해 기능까지 분류하면 콘텐츠의 중요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첨부하는 예시는 말 그대로 가상의 예시입니다.
간단한 엑셀 편집일정표 양식은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으며, 상황과 용도에 맞게 자유롭게 고쳐가며 알맞은 양식을 직접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시도의 중요성
오늘은 제품 기능을 리서치하기 위한 UX 모델인 카노 모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델을 현재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을 간단히 이야기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여러 가지 현실의 벽 때문에 좋은 모델과 방법이 있어도 당장 실무에 적용하여 사용하려면 골치가 아프고 엄두가 안 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상사나 임원을 설득해야 하고, 때로는 기존에 하던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 낭비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일들을 시도해봐야 합니다. 어떤 한 가지가 극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작은 것을 시도해보고, 조금씩 개선하고 확장하면서 성과가 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오늘은 카노 모델을 예로 들었지만, 무엇이든 현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시도를 시작해보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