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마케팅 에이전시로서 잠재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엇이 마케팅 콘텐츠 인가’에 대한 생각이 회사마다, 담당자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콘텐츠에 대한 정의와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회사일수록 마케팅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혹은 효과에 비해 지나치게 예산을 많이 사용하고 낭비합니다.
콘텐츠는 원래 ‘내용물’이라는 뜻입니다. 음료수를 먹을 때 병이나 컵에 담긴 것, 음식을 먹을 때 그릇에 담긴 것, 모두 콘텐츠입니다. 마케팅을 포함하여 우리가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도 이렇게 그릇과 내용물로 나눕니다. 흔히 말하는 매체, 즉 컴퓨터나 스마트폰, 종이, TV화면, 혹은 이런 매체를 활용한 여러 플랫폼이 그릇이면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이 콘텐츠입니다.
따라서 마케팅에서 콘텐츠는 어떤 사람들이 생각보다 범위가 넓습니다. 마음 먹고 제작한 홍보 영상이나 광고 소재, 온라인 매거진만 콘텐츠가 아닙니다. 사내 구성원이 거래업체와 하는 커뮤니케이션, 회사의 간판, 온라인 상품에 대한 상세 설명, 검색 포털에 나오는 소개 내용까지도 콘텐츠입니다.
우리가 마케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까지도 사실은 마케팅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마케팅에는 생각보다 여러 종류의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여러 종류의 콘텐츠가 매출 성장과 마케팅 자산 구축을 위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으면 마케팅 효과가 훨씬 좋아집니다. 이것을 마케팅의 정렬(align)이라고 합니다.
더 나은 마케팅을 위해서는 콘텐츠의 유형을 잘 나누고, 각 유형에 따라 알맞은 제작과 실행 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밸러스트아이앤씨는 마케팅 콘텐츠를 크게 3가지로 봅니다. Hygiene(기본 콘텐츠), Hub(허브 콘텐츠), Hero(특별 콘텐츠) 입니다.
Hygiene(기본 콘텐츠)
Hygiene은 위생 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세수를 하고, 손을 씻고, 샤워를 하고 이를 닦는 것도 모두 Hygiene 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이런 위생 활동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이고, 둘째는 다른 사람과 만났을 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혹은 더 나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콘텐츠도 똑같습니다. 기본 콘텐츠는 마케팅 활동의 근간이 되는 것들입니다. 회사의 일상적인 업무에서는 명함, 보고서나 제안서 양식, 고객과의 여러 접점에 노출되는 내용 입니다.
기본 콘텐츠의 예 : 제품 상세 페이지, 웹사이트
기본 콘텐츠의 가장 좋은 예는 온라인 몰에서 제품의 상세 페이지 입니다. 제품의 상세 페이지는 제품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이 궁금해할 기본적인 내용을 최대한 자세히 담고 있어야 합니다. 크기, 모양, 디자인, 사용법, 배송, AS 등을 포함하여 제품마다 고객이 필요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도 많고, 오픈 마켓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상세페이지를 잘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상세페이지가 심각하게 부실한 경우는 적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회사들이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궁금증을 기반으로 상세 페이지를 만들지 않고, 남들이 만드는 형식에 따라 상세페이지 내용을 만듭니다. 그리고 예산이 있으면 상세페이지 이미지에 투자합니다. 상세 페이지에서 시각적인 요소는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내용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좋습니다. 쇼핑몰 템플릿 업체들이나 기존 사이트들이 만들어놓은 상세페이지 항목이 아니라, 지금 판매하려는 제품의 고객이 신경쓰고 궁금해하는 내용을 파악하여 최대한 자세하고 보기 쉽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웹사이트나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 전에 만들어 모바일에서 보이지 않는 웹사이트, 고객이 궁금해하지 않을 내용, 저가형 사이트 제작업체에서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템플릿에 글자만 넣은 웹사이트, 업데이트되지 않는 블로그는 없느니만 못합니다. 잘못된 기본 콘텐츠로 인해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나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회사에 따라서는 보도자료, 일상적으로 올리는 소셜 미디어 포스팅도 기본 콘텐츠가 됩니다.
허브 콘텐츠 (Hub Content)
허브 콘텐츠는 에버그린 콘텐츠 라고도 합니다. 기업의 주 마케팅 채널로 계속해서 잠재고객을 유도하는 콘텐츠입니다. 특정 키워드 검색에서 1위를 유지해서 지속적으로 트래픽을 일으키는 콘텐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공유되거나, 신뢰도 있고 트래픽이 많은 페이지에 고정적으로 링크가 걸려 있어 사람들이 방문하는 콘텐츠 등이 허브 콘텐츠입니다. 허브 콘텐츠들은 대개 세일즈 내용 대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입니다. 허브 콘텐츠는 일반적으로 오가닉한 유입을 만드는 콘텐츠를 뜻합니다. 광고를 통해 노출을 늘리고 허브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지만, 똑같은 개별 콘텐츠에 몇 년 씩 광고를 집행하여 트래픽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허브 콘텐츠는 결과론적 분류이기도 합니다. 허브 콘텐츠를 계획해서 만들었다고 다 허브 콘텐츠가 되지는 않습니다. 꾸준히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유용함을 주는 콘텐츠가 허브 콘텐츠입니다. 야심차게 영화를 제작했다고 다 흥행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허브 콘텐츠는 자주 만들 수 없습니다. 1년에 기본 콘텐츠를 100개 만든다고 하면, 허브 콘텐츠는 10개 미만이 될 것입니다. 허브 콘텐츠를 기획하여 제작하는 경우, 이에 맞는 계획, 예산, 리소스를 배분해야 합니다. 콘텐츠가 영상이건 글이건 이미지건, 10개 중 1개 정도는 좀 더 계획을 철저히 하고 똑같은 내용이라도 좀 더 자세히 다루고, 경쟁자들에 비해 확연히 돋보이는 것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본다면, 허브 콘텐츠가 될 확률도 높아집니다.
허브 콘텐츠의 예: 검색어 순위가 높은 아티클 콘텐츠 밸러스트아이앤씨의 경우 “콘텐츠 마케팅”, “브랜드 스토리”, “마케팅 예산” 등 많은 키워드가 구글 검색에서 1위에 올라가 있으며, 3위 안에 드는 키워드는 백여 개가 됩니다. 꼭 이런 아티클 형식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오랜 기간 기억하고 찾아오는 콘텐츠라면 허브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어로 콘텐츠(Hero Content)
영웅 모두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고 비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히어로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히어로 콘텐츠는 기업들이 마케팅을 위해 야심차게 만드는 콘텐츠입니다.
히어로 콘텐츠의 예: 백서, 고예산 영상 콘텐츠(CF), 연간 행사
히어로 영화의 영웅들이 지구나 우주를 대표하여 악당과 싸우듯, 히어로 콘텐츠도 기업의 마케팅 콘텐츠를 대표하여야 합니다. B2B 기업의 경우 관련 업계 모두가 관심있어하고 주목할만한 정보들을 백서 형태로 만들어 배포할 수 있습니다. B2C 기업의 경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공유가 많이 될만한 콘텐츠가 히어로 콘텐츠가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화제가 되는 이벤트도 히어로 콘텐츠입니다. 히어로 콘텐츠는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산이 많이 드는 대형 마케팅 캠페인이 적은 회사는 TV 광고 하나를 히어로 콘텐츠로 삼을 수 있습니다. 반면 대형 마케팅 캠페인이 많은 회사에서는 단기로 수억원 이상의 예산을 쓴 콘텐츠도 히어로 콘텐츠로 분류되지 않기도 합니다.
콘텐츠 제작 방식, 배분, 리소스와 주기
기본, 허브, 히어로 콘텐츠는 기획과 제작 방식, 예산 등을 달리 설정해야 합니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각각의 콘텐츠에 배분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할 것은 균형 입니다. 원칙적으로, 마케팅 콘텐츠의 제작은 영양소 섭취와 비슷합니다. 우리에게 균형잡힌 식단이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기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며, 탄수화물-단백질-지방-순서로 많이 먹는 것입니다.
콘텐츠 종류 각각에 필요한 자원과 제작 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 콘텐츠
기본 콘텐츠는 말 그대로 수시로 만들고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대개는 마케팅팀의 인원이 직접, 혹은 대행사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업데이트합니다. 기본 콘텐츠는 말 그대로 기본적인 사항들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예산이 풍부하고 여력이 된다면, 기본 콘텐츠에 디자인이나 콘텐츠 개성 등을 더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본적인 사항도 잘 지키지 못하면서 부수적인 것에 예산을 낭비합니다.
허브 콘텐츠
허브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기본 콘텐츠 중 세일즈와 관련이 적은 꾸준히, 충실히 만들다보니 허브콘텐츠가 되는 경우입니다. 많은 허브 콘텐츠들이 이렇게 탄생합니다. 이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기도 할뿐더러, 국내 대부분의 마케팅 조직과 대행사는 허브 콘텐츠를 기획하여 만들 역량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허브 콘텐츠를 만드는 두 번째 방법은 기획입니다. 목표로 하는 타겟과 채널에서 더 많이 노출되거나 공유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오디언스와 콘텐츠의 교집합 및 콘텐츠의 수준(퀄리티)입니다. 잠재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파악하는 프로세스, 의식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 역량과 리소스 배분을 할 역량이 있다면 허브 콘텐츠를 기획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허브 콘텐츠의 수는 보통 기본 콘텐츠의 10%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한 달의 하나 정도는 좀 더 신경 써서 허브 콘텐츠가 될만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좋은 출발점입니다.
히어로 콘테츠
히어로 콘텐츠는 기본 콘텐츠나 허브 콘텐츠와는 처음부터 다르게 준비하고 기획합니다.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예산도 많고 배포도 더 적극적으로 해서 ‘우리가 이런 좋은 것을 열심히 만들었다’는 것을 알리게 됩니다. 히어로 콘텐츠는 많이 만들지 못합니다. 기본 콘텐츠를 100개 만들고 허브 콘텐츠를 10개 만든다면 히어로 콘텐츠는 1개를 만드는 정도의 시간, 노력, 예산을 생각해야 합니다.
마케팅 콘텐츠를 3H로 분류할 때 좋은 점
마케팅 콘텐츠를 나누는 방식은 여러가지입니다. 영상, 그래픽, 아티클, 소셜 미디어 포스팅, 인쇄물 으로 나눌 수도 있고, CF, 배너광고, 검색광고, 소셜 미디어 광고 등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3H 방식으로 마케팅 콘텐츠를 나눠서 보면 좀 더 체계적으로 마케팅 콘텐츠 제작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게 됩니다. 전체 마케팅 활동을 통해 만들어야 할 콘텐츠의 종류와 투입할 자원, 실행 계획까지도 좀 더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 하고 있는 마케팅 활동과 콘텐츠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많은 회사에서 뚜렷한 근거나 목표 없이 홍보영상을 만들어야겠다거나, 소셜 미디어를 해야겠다는 판단을 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밸러스트아이앤씨 같은 회사에 문의를 합니다. 이런 경우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해당 마케팅 활동과 콘텐츠에 대한 내부 기준이 모호합니다. 이렇게 마케팅 활동을 시작하면 계획과 전략이 탄탄한 마케팅에 비해 결과도 나쁩니다. 더 큰 문제는 계속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예산을 쓰지만, 문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더 해야하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콘텐츠를 3H로 분류하고 현재 마케팅 활동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현재 마케팅 콘텐츠의 문제를 더 잘 포착하여 이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효과도 훨씬 큰 콘텐츠를 제작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