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소셜 미디어
디지털 마케팅의 거의 전부라 할만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미세한 균열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장 붕괴하진 않겠지만, 과거에 세상을 스쳐지난 수많은 플랫폼처럼 어느날 잊혀질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디지털 마케팅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광고가 거의 전부입니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인수한 회사고 네이버는 퀄리티가 낮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채널임을 고려한다면, 요즘 디지털 마케팅의 대세이자 전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인 분위기입니다.
디지털 마케팅의 거의 전부라 할만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대해 흥미로운 뉴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예견된) 문제는 연초의 가짜뉴스와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데이터 유출을 시작으로 커졌습니다.
최근에 제가 주목하는 소식은 세 가지입니다.
- 미국 10대와 20대의 절반이 페이스북 앱을 지웠다는 뉴스
- 인스타그램 창업자의 사임
- 페이스북 계정 5000만 개 해킹
이렇다고 당장 페이스북이 없어지지도 않고, 페이스북은 한국 디지털 마케팅에서 여전히 주요한 채널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케팅 플랫폼의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 뉴스들을 주목해볼만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균열
미국의 10대-20대 중 절반은 페이스북 앱을 지웠습니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지만, 예전만큼 좋은 플랫폼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우선 미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 페이스북은 더 이상 인기가 없다는 점은 분명해보입니다.
엑소더스, 탈출
단순히 젊은 층의 외면 외에도 페이스북은 최근 여러 가지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연초의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문제를 비롯하여 최근에 다시 한 번 대규모 해킹이 발생했습니다. 해킹의 영향을 받은 계정 수는 5,000만 개 이며, 피해 범위와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 듭니다.
페이스북의 미션인 모든 사람을 연결한다는 생각은 위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사업 모델은 이 연결에서 일어나는 데이터를 사용자 몰래 여기 저기 팔아먹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캠브리지 애널리티카의 경우처럼 합법과 위법을 넘나들기도 하고 증거는 명확치 않지만 사기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합니다.
밸러스트의 경험
저희는 페이스북이 가짜 계정과 봇을 직접 운영하거나 최소한 방조하고 있다는 심증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페이스북에서 페이지 좋아요 광고를 집행해보면 타겟팅과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그 댓가로 페이스북이 좋아요 당 약 5,000원 씩을 받아갑니다. 이렇게 사기에 가까운 행위들이 페이스북이 발표하는 매출과 영업실적에서 무시 못할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국내에서도 미국 젊은 층 조사와 같은 통계는 없지만 페이스북의 균열은 느끼기 쉽습니다. 개인 이용자에게는 진부하고 지루한 소셜 미디어이자, 가짜뉴스와 사기광고를 위한 플랫폼이 되어간다는 인식이 느껴집니다. 브랜드에게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콘텐츠의 오가닉 도달률을 극도로 줄이면서 페이스북은 노골적인 광고매체가 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광고를 집행했을 때 찍히는 노출, 도달, 인게이지먼트 등의 수치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알기 힘들다는 것입니다(위에서 언급했듯 심증일 뿐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반복되는 패턴
며칠 전 인스타그램 창업자들이자 페이스북 인수 후에도 경영을 책임져온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가 사임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약 5년 전 페이스북에 인수된 이후 더 무섭게 성장했으며, 앞으로 수 년 간 고속성장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국내에서도 인스타그램은 소위 핫한 대세 소셜미디어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플랫폼의 창업자이자 경영자들은 갑자기 물러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창업자들은 주커버그와 충돌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합니다. 즉 인스타그램이 무리한 실적과 성장을 위해 페이스북처럼 극도로 광고를 남발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도록 변하는 과정에서 창업자들이 나갔다는 설명입니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변화를 쉽게 체감할 것입니다. 피드의 반은 광고인데, 요즘 AI가 그렇게 발달하고 있다는데, 나를 위한 광고는 이렇게 없나 싶습니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과 눈이 아파 인스타그램 이용을 줄이게 됩니다.
인스타그램의 인게이지먼트 비율 역시 떨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이건 브랜드건 ‘소통해요’ ‘잘 보고 가요’ 등의 댓글의 비율이 늘어나고, 실제 마케팅이나 매출에 도움이 될까 싶은 도달과 인게이지먼트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사용자 경험이 이런데 이 플랫폼의 고객인 브랜드는 오죽할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모른 체 하고 서로를 기만하며 오늘도 인스타그램을 이용자로서, 광고주로서, 대행사로서 열심히 이용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금융위기 직전 시티 그룹의 CEO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음악이 멈출 때까지는 계속 춤 춰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춤추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여러 문제와 의구심에도)각광받는 이유
사실 건강하고 상식적인 생각으로는 2018년 현재 소셜 미디어에 마케팅 리소스를 많이 투입해야겠다는 판단이 힘듭니다. 하지만 왜 우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심지어 이보다 훨씬 정도가 심한 카카오나 네이버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게 될까요?
여기에 지원을 쓰는 기업들과 대행사들도 바보는 아닙니다. 일단 소셜 미디어의 변호를 하자면, 어쨌든 거기에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어텐션이 많습니다. 세상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마케팅은 특히 어텐션이 중요합니다. 이를 확인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개개인의 사용 시간도 계속 증가합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앱의 제작자는 구글과 페이스북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구글과 페이스북이 만든 앱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전체 앱 다운로드와 사용시간의 대부분입니다. (미국의 젊은 층 반은 페이스북을 지웠지만, 다른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 깔고 있습니다.)
어쨌든 찍히는 숫자
소셜 미디어에 돈을 쓰고 무언가를 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결과를 보여줍니다. 결과를 요약하면 ‘노출이 얼마 됐고, 누가 좋아요를 눌렀고, 그러니까 얼마를 내놔라. 나 잘 했지?’ 디지털 이전에는 어떤 마케팅 채널에서도 이렇게 실시간으로, 어쨌든 정확한 숫자를 보여줘가며 청구서를 들이밀지 못했습니다. 일단 이것만으로 마케팅 담당자도, 광고주도 일을 잘 하고 있는 것 같고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지표인지, 진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평균적인 마케터나 기업이 고민하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위의 상황에 공감하는 마케터나 광고주라면 이미 평균은 넘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여기에 기생하여 어설픈 퍼포먼스 마케팅이나 그로스 해킹 업자와 교육업체들이 다시 한 번 회사와 주니어 마케터, 어설픈 창업자들을 현혹합니다.
노출, 도달, 좋아요를 포함한 인게이지먼트는 마케팅과 비즈니스에서 측정할 여러 지표 중 크게 의미 없고 단기적이며 세부 전술에 관련된 것입니다. 사원-대리급 이상은 볼 필요도 없는 지표입니다. 문제는 이런 무의미 지표들이 아예 쓸모없다는 게 아니라, 이 외의 지표들을 고민하고 제대로 측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무의미 지표 외에도 평생가치(LTV),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할 확률, 마케팅의 간접효과, 마케팅 채널별 직간접 이익 기여율 같이 전략적이고 설정과 측정이 어렵지만 중요한 지표들이 존재합니다. (각종 지표에 대해서는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효용을 간단히 파악하는 법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려운 지표들을 비교적 간단히 파악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간을 두고 소셜 미디어의 간접효과를 냉정하게 실험해봐야 합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페이스북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예산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기타 마케팅 채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저희가 클라이언트와 일해본 경험 상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왜 어려울까요? 많은 관련자들을 설득하기, 제대로 된 지표를 설정하기, 전략적인 관점을 가지기란 원래 어렵습니다. 그리고 잘 해도 금방 티가 안 납니다. 그래서 많은 담당자와 의사결정권자들은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것들만 갖고 일을 진행하고 싶어합니다.
소셜 미디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도구. 상수가 아니라 변수
많은 마케터와 기업들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마케팅의 필수이자 기본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셜미디어는 모두 도구일뿐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당신을 통해 매출을 만들기 위해 역시 여러 마케팅 활동을 합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마케터들이 합니다. 영리하게 접근하고 현명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소셜미디어의 광고 툴 오퍼레이터가 될뿐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마케팅 활동이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플랫폼의 우선순위 이해하기
마케팅 채널 별 구독자 가치 차이. 출처: 조 풀리지, Killing Marketing
에픽 콘텐츠 마케팅의 저자 조 풀리지는 최근에 출간한 책에서 채널별 구독자의 가치를 비교했습니다. 국내 상황과 세부상황은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인 흐름은 같습니다. 이 도표에서 중요한 점은 소셜 미디어 구독자의 가치가 매우 낮은 것과 이메일 구독자의 가치가 높은 것입니다. 이는 수치로도 간단히 증명 됩니다. 페이스북 상 팔로워 중 브랜드 페이지의 포스트를 오가닉하게 보게 되는 사람의 비율은 평균 1%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이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페이스북과 같아질 것입니다. 반면 이메일 구독자에게 메일을 보냈을 때 개봉률은 업계 불문 10%가 넘고, 높은 업계는 20%도 됩니다. 밸러스트의 경험도 비슷합니다. 밸러스트는 페이스북에서 오가닉 도달률이 10%정도, 이메일 오픈율이 50% 정도 됩니다(콘텐츠 마케팅의 힘!). 둘 다 평균치를 상회하지만 이메일이 소셜미디어보다 훨씬 도달률이 높은 현상은 동일합니다.
구독자 가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구독자 가치가 높은 채널은 고유채널이거나 고유채널과 유사한 채널, 고유채널로의 유입이 쉬운 채널입니다. (미디엄은 과거에 커스텀 도메인을 제공해서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은 구독자의 가치가 떨어지는 채널에 가장 노력을 기울이고 구독자 가치가 높은 채널은 소홀히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케팅은 고객의 관심을 끌고 고려를 하여 고객으로 만들고 유지하게 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따라서 고객의 관심을 끌고, 강화하여 구매까지 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채널에서 활동을 해야 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는 일단 사람이 많기 때문에 관심을 얻을 확률이 높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런지, 그리고 설령 관심을 끈다 해서 구매까지 이어지고 신뢰를 쌓을 수 있게 하는 채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유능하고 훌륭한 마케터들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여 마케팅에서 성과를 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과 마케터들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이유는 별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보고할 수 있는 자료를 주고, (어딘지는 모를 곳에) 노출도 많이 해주기 때문입니다. 반면 구독자를 만드는 일, 진짜 인지도를 쌓는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며, 콘텐츠도 정말 잘 만들어야 합니다.
이 쯤에서 우리는 “싸고 좋은 것은 잘 없다”는 말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로의 저자 유발 하라리도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이와 비슷한 결의 말을 했는데요, “ 공짜 정보는 극히 위험하다.” 면서 ‘공짜 정보는 당신의 주의력을 뺏어 정치인과 광고업계에 팔아넘긴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의 가장 좋은 예는 페이스북입니다. 구글도 이용자의 데이터를 공짜로 얻어 광고주에게 판매한다는 점, 갈수록 오가닉으로 트래픽을 끌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크게는 비슷하지만 아직까지는 페이스북만큼 심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요약 및 결론
이번 글에서 마케터로서 채널 다변화를 어떻게 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채널과 활동에 주목해야 하는지는 다음 번에 다루겠습니다. 요약하면,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이 아닌 것 :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인스타는 다 쓸 데 없는 짓이니 그만 둬라.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 :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에 균열이 보인다. 시대마다 플랫폼들이 뜨고 지듯 지금의 주요 플랫폼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많은 회사들이 지금 잘 나가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상수처럼 생각하지만 마케팅 채널을 항상 변수일뿐이다. 플랫폼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도구로 이용하자. 이를 위해서는 채널 다변화 및 고유 미디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